▲ 조선현대문학사, 박영희 지음, 백문식 편집.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잃은 것은 예술이다' 카프 문학의 중심에서 친일로 돌아선, 회월 박영희 문학사의 결정판, 국어학자 백문식이 '조선현대문학사'를 발행했다.

회월 박영희는 일제강점기 현대문학사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주요인물로 수많은 작품을 쓴 작가이자 비평가이다. 조선의 무산계급으로 이뤄진 예술가 단체 카프(KAPF)의 핵심멤버로 활약하다 자의 반 타의 반 친일의 길로 들어선 비운의 현대문학인으로도 소개되고 있다. 회월은 해방 이후 문학이론서를 집필하고 문학 현장 경험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본서를 집필했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나 여건상 출간이 어렵게 되고 그의 원고들은 수난을 당했다.

이에 국어학자 백문식은 문장을 가다듬고 정리해 읽히기 쉽도록 회월 박영희의 문학이론들을 엮은 '조선현대문학사'를 새롭게 펴냈다. 출간한 '조선현대문학사'는 1958년 4월부터 1년간 잡지 '사상계'에 연재된 '현대조선문학사'를 합본해 '조선현대문학사'란 원고 머리말대로 제목을 붙여 단행본으로 정리했다. 여기에 박영희가 연구한 '문학상 공리적 가치 여하(如何)', 염상섭이 집필한 '작가로서는 무의미한 말' 등 비평서와 논문이 수록돼 있다. 저서는 모두 3편으로 구성하고 ▲제1편 청춘 조선의 정열과 이상 ▲제2편 조선적 현실의 성장과 문예운동 ▲제3편 수난기의 조선문학 등 조선현대문학의 당시 경향과 침체한 문학 운동의 전환기를 소개하고 있다. 백문식은 저자의 집필 의도와 내용을 크게 흩트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보다 쉽게 편집하고 현대 맞춤법에 따라 교정·교열을 거쳐 출간을 결정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박영희 문학사가 한국현대문학의 특수한 형성과 전개 과정에 주목하고 그 치밀한 검토과정과 한국 현대문학이 나아갈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뿐 아니라 심미적 가치와 정치적 가치를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설정하던 박영희의 문학에 대한 인식 태도가 광복 이후 발전적인 방향으로 정립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