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압록강·평양은 현 중국 요녕성 요하·요양 연구결과 발판
『삼국사기』『신당서』『요사』등 관련 사료 비교 분석 결과
일제의 한국사 왜곡, 실증적 증명···‘패수’, ‘발해 동경’도 재확인
통일신라 국경 연구보고회, 24일 10시 경북도의회 회의실에서

통일신라의 국경선이 지금의 원산만 이남 지역이 아니라 중국 길림성 용정시 부근이라는 견해가 제기되었다.

인하대(총장 조명우) 고조선연구소(소장 복기대)는 24일 오전 10시부터 경북도의회(안동) 회의실에서 ‘통일신라 북계 위치 연구’라는 주제로 학술연구보고회를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 몇 년간 정부의 지원 아래 한국 고대사의 쟁점들을 연구해 왔다.

특히, 고구려 시대의 압록강이 현재의 요하이고, 장수왕이 천도한 평양은 요녕성의 요양이라는 것을 밝혀내는 성과를 이뤘다.

이는 일제가 우리의 국경사를 한반도 안으로 고착시키기 위한 작업으로 발간한 『조선역사지리』와 『만주역사지리』(1913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여러 사료를 비교 분석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또 연구소는 이러한 연구성과를 토대로 경상북도의회 동북아역사연구회(회장·김준열 의원)와 함께 지난 2년간 통일신라의 국경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첫해인 2020년에는 통일신라 북계의 연구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여 일제가 왜곡한 신라의 국경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에 공감한 동북아역사연구회는 지난해에 연구소에 ‘통일신라 북계 위치 연구 조사’를 의뢰하였고, 1년의 연구기간을 거쳐 통일신라의 북계인 정천군(井泉郡)이 현재의 길림성 연변조선민족자치구 용정시 일대였다는 연구성과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인하대 고조선연구소는 통일신라의 국경을 3부분에 걸쳐서 연구했다.

이 연구에서 삼국시대 패수는 신라와 발해의 경계인 ‘니하’와 같은 강으로 현재의 중국 요녕성 개주시의 ‘어니하’이고, 북송 때의 학자인 허항종이 금나라의 상경으로 가면서 기록한 사료에 현재의 중국 요녕성 개원시를 지나면서 ‘동쪽으로 신라산이 있다’는 부분은 중국의 길림합달령을 말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신라의 정천군은 길림성 연변조선민족자치구의 용정시임을 밝혔다. 용정시의 용두레우물에는 지금도 ‘용정의 기원은 정천이다’는 연혁비가 세워져 있다. (사진1)

▲ 용정시의 기원이 된 용두레우물과 이의 기원을 기록한 석비 /사진 제공=인하대 고조선연구소

이번 연구에 참여한 허우범 박사는 “신라 정천군이 용정시였다는 것은 통일신라 국경연구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면서 “발해와의 국경인 니하의 위치 비정과 함께 삼국시대의 강역을 재검토하는 단서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천군에서 300여㎞ 떨어진 흑룡강성 영안시의 발해왕궁터가 사실은 발해 동경용원부임을 새롭게 밝혔다.

현재 발해 상경으로 비정된 이곳은 원래부터 동경성으로 불려온 곳이다. 대일항쟁기 일본학자들은 이곳이 발해의 동경이 아니고 금나라의 동경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문헌 사료 어디에도 금나라의 동경이라는 기록이 없자 1939년에 대대적인 발굴조사를 하였다. 하지만 발굴조사에서도 금나라와 관련 있는 유물과 유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안시의 발해왕성터가 발해의 상경이었고 금나라 때에는 동경이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 주장은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김영섭 박사는 “현 영안시에 비정된 발해 상경터는 신라 정천군과의 거리를 비춰볼 때 원래의 이름처럼 발해 동경이라고 보아야 한다”면서, “발해의 상경은 여러 가지 사료들을 검토해볼 때 영안시의 서쪽에서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고조선연구소는 통일신라의 최대 국경선은 요동반도 천산산맥에서 길림성 길림시 남쪽의 길림합달령 및 목단강시 남쪽의 목단령을 잇는 선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지도1)

▲ 통일신라 북방 경계 예상도(B는 최대 범위)

이번 연구를 총괄한 복기대 연구소장은 “조선 세종 때의 기록을 보면, 당시 고구려의 평양과 고려의 서경을 찾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조선의 영역에 고구려의 평양과 고려의 서경이 없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하고, “이것이 오늘날의 북한 평양으로 바뀐 것은 조선총독부가 강제로 확정하여 모든 출판물로 발간하면서 오늘날에 이른 것”이라고 하였다.

이번 통일신라 국경 연구의 성과에 대하여 복 소장은 “통일신라의 국경연구는 우리 국경사를 바로 세우는 시금석과도 같은 일이며,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 국경사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발주한 경북도의회의 김준열 의원은 “신라는 경상도에서 출발하였지만 삼국을 통일하며 대국으로 성장하였고,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천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문명국이었다.”면서 “이러한 통일신라의 영토가 진정 어디까지였는가를 밝히는 것은 우리 민족의 정통성을 되찾는 것이며, 나아가 전 세계에 신라를 올바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