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문학 거장,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구상한 전염병 소설이 화제다. 그가 5년간 집필한 <페스트의 밤>이 완성될 무렵 실제 전 세계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소설은 1901년 오스만 제국하의 민게르 섬에서 일어나는 역병으로 시작한다. 이스탄불의 유능한 방역 전문가가 민게르 섬에 도착하자마자 살해당한다. 그를 죽인 범인은 누구며 앞으로 이곳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흠뻑 빠져 읽을 만한 장편소설이다. 작품에는 방역을 강경하게 진행하려는 정부, 방역을 거부하고 전염병을 믿지 않는 사람들, 이슬람교 대 정통 기독교, 교육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부자와 가난한 사람, 상류층과 노동계급, 연결된 이웃과 고립된 이웃 등의 다른 양상이 질병을 둘러싸고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오르한 파묵은 입장에 따라 어떻게 전염병에 다르게 반응하는지 또 국가는 그 속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진화하는지를 알려 준다. 소설 속 상황과 약 100년이 넘는 간극이 존재하지만 그의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시선은 오늘날 코로나 혼돈 한가운데 있는 독자들의 등을 서늘하게 만든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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