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있는지 조차 몰라
테크시티 쉼터, 흡연실 전락
특별회계 14개 부서 91개 사업
너무 광범위해 제 기능 못 해
지방소멸의 시대, 지역 균형 발전이 어느 때보다 숙원이 된 시대다. 인천시는 원도심활성화특별회계를 만들어 연 2000억원 이상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주민들 체감은 높지 않다. 원·신도심 간 정주여건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 당위성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중요한 건 '어떻게'다. 인천시 원도심특별회계에는 그에 대한 해답은 없고 온갖 일상 사업들이 망라돼 있을 뿐이다. 기획 2편에서는 원도심특별회계 사업의 실효성을 살펴보기 위해 사업 현장을 찾아 주민들 목소리를 들어 봤다. 동시에 원도심 특별회계 예산의 구조적 문제도 짚어본다.
인천 서부일반산업단지 내 한 버스 정류장. 주변 바닥이 노란색으로 페인트칠 돼 전보다 눈에 더 잘 띄게 됐다. 정류장 바닥에는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 '버스' 라고 적힌 정차선이 그려졌다.
정류장 바로 뒤 공장 건물 외벽은 파란색 바탕에 원, 세모, 물결 같은 무늬들(슈퍼그래픽)이 새겨졌다. 이 공장에서 300m 정도 떨어진 다른 공장 외벽에도 빨갛고 노란 삼각형 무늬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인천시가 원도심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8년 6월부터 12개월간 서부산업단지관리공단과 함께 3억원을 들여 시행한 사업 결과물이다. 사업결과보고서를 보면 이 외에도 산단 내 담장·보도 개선, 야간 조명 설치 등이 함께 이뤄졌다.
하지만 '원도심 활성화'라는 사업의 기본 취지는 시민들에게 체감되지 않고 있다.
서부산단에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박모(47)씨는 “슈퍼그래픽이란 게 뭔지도, 있는 줄도 몰랐다”며 “공장만 몰려 있고 사람이 살지도 않고 관광지도 아닌데 여기에 원도심 활성화 사업을 왜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인천시가 원도심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특별회계를 만들어 매년 수천억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체감되지 않는다는 원도심 주민들의 반응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시 산업진흥과에서 진행한 또 다른 원도심 특별회계 사업 중 하나인 '부평테크시티' 주변 환경 개선 사업.
2018~2020년까지 총 7억원(시 3억원, 부평테크시티 4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건물 정면과 측면에 조경 공사와 쉼터 공간을 만들고 야간 조명을 넣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건물 측면 쉼터는 사실상 흡연실이 됐고, 한겨울 가림막 하나 없이 건물 정면 인도 한복판에 들어선 벤치는 제 기능을 못하는 하나의 조형물이 됐다.
업무 때문에 부평테크시티에 종종 들른다는 최모(53)씨는 “쉼터를 만들고 난 뒤 전보다 주변이 좀 밝아진 느낌은 있다”면서도 “원도심 주민인 입장에서 지금 원도심에 부족한 게 얼마나 많은데 이걸 원도심 활성화 정책이라고 그 돈을 썼다니, 좀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원도심이 마주한 난제 중 하나인 주차장 부족 문제. 시는 원도심 활성화 특별회계 예산으로 공영주차장을 늘리는 동시에 민간 건물에 딸려 있는 부설 주차장을 개방하는 사업을 매년 하고 있다.
이는 민간이 건물 주차장을 일정 기간 개방하는 조건으로 시가 주차장 환경개선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인데, 현장을 직접 살펴보니 일부 주민들에게만 주차장을 개방하거나 해당 주차장이 개방주차장임을 알 수 있는 표지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원도심 특별회계가 제 기능을 못하는 가장 중요한 까닭은 사업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데 있다.
2020년 결산 기준 인천시 산업진흥과, 관광진흥과 등 14개 부서 91개 사업이 원도심활성화 특별회계 예산으로 집행됐다. 원도심 특별회계는 인천 내 국제도시 세 곳을 뺀 나머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 소규모 일반회계와 다를 바 없는 예산이 돼 버렸다.
▶관련기사: [특별함 잃은 '원도심 활성화 특별회계'] (중) 자체 세원 부족한 '반쪽짜리'…사실상 일반회계
/김원진·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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