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에너지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이 발표되고 있다. 석탄발전소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체로 대부분 후보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견해는 확대, 축소, 폐기 등 분명히 다르다. 원전확대를 주장하는 후보는 원전이 타 에너지원보다 경제성이 높을 뿐 아니라 세계 최고수준의 원전기술을 갖고 있음을 주목한다.

반대로 원전축소 폐기를 주장하는 후보는 안정성 문제와 원전가동 후 배출되는 핵폐기물에 대한 처리대책 없음 등 근원적 문제를 지적한다. 하지만 찬반을 떠나 한국의 경우 후쿠시마와 달리 원전사고 시 국가경제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세계 최고수준의 원전밀집도와 신규 원전을 어디에다 지을 수 있겠느냐는 등 환경정의적 난제가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라도 석탄발전을 대체하는 원전의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에너지믹스를 이야기한다. 둘 다 탈탄소에너지원이므로 탄소중립 목표에 부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전력계통운영의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IPCC나 IEA에 따르면 전 세계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전체 에너지의 70∼8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즉 2050년이 되면 재생에너지는 지금처럼 보조전력이 아닌 일상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기저발전이 된다. 재생에너지가 기본전력이고 수요변동에 따른 추가 에너지공급은 연료전지, 천연가스발전 등 유연성 발전이 담당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이런 시스템에서 원전은 보조전력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대규모 원전은 전력계통운영 상 적절치 않다. 알다시피 원전은 기본적으로 출력조절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다. 쉽게 전기를 발생시키거나 줄일 수 있는 유연성 전원이 아니기에 보조전력이 대규모 원전으로 이루어지면 안정적인 전기공급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전력계통이란 수요에 따라 일정한 주파수(60Hz)의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보조전력은 수요에 맞추어 기본전력이 감당하지 못하는 전기를 빠르게 생산하거나 줄여야 하기에 유연성이 있어야 하고 그 개별 단위용량도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원전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력을 일상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자동부하추종운전을 일상화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원전은 이러한 기능이 사전 설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에 불가능한 게 원자력계의 공식입장이다.

만약 무리하게 출력 감발이 이루어진다면 안정성문제와 더불어 원전의 장점인 경제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전력계통문제가 이렇게 중요한 것은 한국의 경우 주변국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고립계통의 전력망을 운영하는 현실의 반영이다.

게다가 향후 원전건설을 위한 재정투자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원전에 대한 투자를 녹색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는 유럽녹색기술분류체계(EU Green Technology Taxonomy)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를 근거로 일부에서는 원전이 더 확대될 것이라 기대하지만, 기존 원전운영방식과 질적으로 다른 2025년부터 사고저항성 핵연료사용 및 2050년까지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운영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조건부 승인이어서 도리어 원전투자가 더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는 기후 대선이라고 불려야 할 만큼 에너지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재생에너지의 기저발전으로서 등장은 곧 원전 등 경직성 전원의 퇴출을 의미한다. 2050 탄소중립 시대에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양립은 합리적이지 않다. 특히 대형원전인 경우 더욱 그렇다.

 

/조강희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