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섬나라인 대한민국 현실에서 수출·입 물동량의 99%를 차지하는 항만은 물류의 젖줄이자 생명줄 역할을 한다. 항만은 수출·입 관련 물류, 여객, 조선업 등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공재이다. 항만 국유제가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항만법 제1조에는 “항만법은 항만의 지정·개발·관리 및 사용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항만개발사업을 촉진하고 항만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됐다. 이에 따라 항만법은 항만은 국가가 소유하고, 항만관리권을 해수부가 갖는 항만 국유제를 기조로 한다. 따라서 사익이 아닌, 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국가가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의 사익과 투기, 특수법인(SPC) 설립을 통한 공공의 재취업(해피아) 같은 짬짜미 자리 만들기로 항만법은 개악돼 왔다.

인천은 항만 민영화가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다.

시작은 2016년 '민간개발·분양' 물꼬가 터지면서다. 공공개발 및 임대 운영 방식에서 민간에게 소유권을 인정해주고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해주는 민간개발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초기 민간건설자본은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 법 테두리가 당시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과 2020년 항만법이 전면 개정된다. 두 차례 법 개정으로 대형 건설사들은 항만배후단지 개발에 뛰어든다. 2016년 개발 방식이 '민간개발·분양'으로 전환됐다. 이후 2019년 민간 사업자가 총사업비 범위내에서 조성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2020년에는 우선매수청구권까지 부여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공유수면 매립지의 매립목적 변경 제한 기간도 20년에서 10년으로 완화돼 투기 목적의 개발·분양의 길을 터줬다. 법 개정 이후 인천신항 항만배후단지 1-1단계 2구역(94만㎡), 부산신항 웅동지구 2단계(85만3000㎡)에서 민간개발·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인천신항 1-1단계 3구역, 1-2단계도 민간 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추진에 대해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반대했다. 그런데 민주당 정부에서는 항만을 민영화하는 항만법을 공청회 한 번 없이 추진해 왔다. 인천신항의 경우 정부예산으로 바다를 매립하고 컨테이너 터미널을 조성해 민간에 운영을 맡겼다. 그런데 원활한 물동량 창출 등 국가적 정책을 지원해야 할 항만 배후단지를 민간이 소유하고 분양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설명할 도리가 없다.

얼마 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맹성규 의원이 주최한 항만 민영화 관련 토론회에서 해수부 측은 항만에는 엄청난 재원이 들어가 적기에 개발하기에는 정부재정이 부족해 민간개발을 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항만 및 배후단지 개발 시 정부재정이 부족해 만든 것이 항만공사(PA)다. 항만공사는 시장형 공기업이다. 필요하면 공사채를 발행해 항만 개발이 가능하도록 해 항만국유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인천신항 민간 개발·분양의 경우 수조 원을 들여 매립과 터미널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불과 1200억 원대에 불과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인천항만공사를 철저히 배제했다.

정부는 항만관리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적기 투자를 위해 2003년 PA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항만 관련 법체계상 항만공사의 운영 및 사업 전반에 해수부의 개입을 예정했다. 항만공사가 사실상 해수부에 예속돼 있고 지나치게 간섭을 받아 PA제도 도입 이전과 비교해 항만관리체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인천신항 및 부산신항의 사례처럼 PA제도 취지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항만법 개악으로 국가 기간시설인 항만 배후단지가 사유화되면 수익성 위주의 부동산 난개발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역대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과 철도·의료 등의 민영화를 추진하려다가 국민 저항에 직면해 전격 후퇴했던 그간 사례에 비추어 인천, 부산에서 진행 중인 항만 민영화도 당연한 귀결로 맺어질 것이다. 지방분권형 글로벌 항만 경쟁체제 구축을 위해 특별지방행정기관인 해양수산청과 거점별 항만공사 등의 지방 이양이 필요한 이유다.

 

/김칭우 경제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