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를 낮추면 새들 노래가 들린다

故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머리말 원고 모은 책 출간

중생과 평화로운 공생 강조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 탐욕

 

▲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김종철 지음녹색평론사408쪽, 2만1000원
▲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김종철 지음녹색평론사408쪽, 2만1000원

중요한 것은 '진보'가 아니라 인간다운 '생존·생활'이다. 우리는 이 점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를 구제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스크도 손씻기도 아니다. … 우리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의 첫째 조건은 타자들-사람을 포함한 뭇 중생들-과의 평화로운 공생의 삶이다. 그리고 공생을 위한 필수적인 덕목은 단순 소박한 형태의 삶을 적극적으로 껴안으려는 의지(혹은 급진적 욕망)이다.

내 목소리부터 낮춰야 새들의 노래도, 벌레들의 소리도 들린다. 그래야만 풀들의 웃음과 울음도 들리고, 세상이 진실로 풍요로워진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는, 공생의 윤리를 부정하는,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끊임없이 갉아먹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다. (본문 중)

고(故)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머리말 원고를 모아 엮은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가 출간됐다. 서문 모음집은 2008년에도 같은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으나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2009년 이후에 발표된 원고들까지 수록했다. 지난 2021년 11∼12월호로 창간 30주년을 맞은 <녹색평론>이 그 세월 동안 걸어온 길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른바 '생태주의 잡지'로 알려진 <녹색평론>이 어떠한 가치를 지향하면서 어떤 이야기들을 해왔는지 그 흐름을 살펴보고 동시에 한국사회의 변화를 되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특히 3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도 여기 실려 있는 글들은 오늘날 전 세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시급한 현안들에 대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여전히 깊은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한 세대 전에 쓰인 글이 아직도 효력이 있다는 것은 우리 현실에 본질적인 방향전환이 없었다는 점을 말해주기도 한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