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한인 정체성 찾는 여정
영화 '헤로니모' 뒷이야기도
▲ 2015년 12월 낯선 땅 쿠바에서 재미교포 변호사 전후석이 만난 꼬레아노 이야기인 영화 '헤로니모' 스틸 컷.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어깨를 나란히 한 쿠바혁명의 주역이자 쿠바 한인들의 정신적 지주 헤로니모와 쿠바 한인들과 매 끼니 쌀 한 숟가락씩 모아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독립 자금을 보낸 헤로니모의 아버지 임천택. 조국의 땅을 밟아본 적 없는 그들이 100년 넘게 이어 온 꼬레아노의 정신을 그린다.
▲ 당신의 수식어, 전후석 지음, 창비교육, 240쪽, 1만6000원
▲ 당신의 수식어, 전후석 지음, 창비교육, 240쪽, 1만6000원

30대 청년, 변호사, 영화감독, 재미 한인, 디아스포라…

여러 개의 수식어로 살아가는 저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책 한권에 담았다.

저자 전후석은 미국에서 태어나 3살 때 한국으로 와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다시 미국으로 가 영화와 법을 공부한 재미 한인이다. 미국 코트라(KOTRA)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그는 휴가차 떠난 쿠바에서 우연히 '헤로니모'라는 인물을 알게 되고 그 길로 영화의 세계로 뛰어든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왜 헤로니모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많은 이들의 따뜻한 지지로 탄생시킨 영화 '헤로니모' 제작 전후의 과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또 세계 곳곳의 한인 디아스포라와의 만남을 통해 그의 세계가 어떻게 확장되었는지 이야기하고 그 과정에서 찾은 다양성과 정체성에 관한 가치를 힘 있는 목소리로 전한다.

저자는 우리가 민족·인종·언어·지리적 경계 등을 초월해 다양성과 혼합성을 받아들일 때 확장된 자아를 가질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디아스포라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을 알아 가고 자기 삶의 비밀을 제 나름대로 풀어 가려는 이들은 모두 디아스포라라고 말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 '어떤 모습이 가장 참된 나인가'를 물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책 속의 디아스포라는 우리가 이방인이라 치부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주의 영원함 속에 찰나같이 스쳐 지나가는 삶에서 어쩌면 우리는 모두 디아스포라일 것이다. 내 것이라 주장할, 영원한 나만의 수식어는 없을지도 모른다.

(236쪽)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