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사건번호·내부문건 등
공공기관 사이트서 열람 가능
사생활 비밀·자유 침해 소지
법조계 “개인 정보만큼 예민”
위 사진는 해당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위 사진는 해당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경기 수원시 공무원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천지역 지자체들이 민간인이나 기업에 피소된 뒤 소송 당사자 실명과 사건번호 등 개인들의 민감한 정보를 함부로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도마 위에 올랐다.

25일 인천지역 10개 군·구에 따르면 최근 수원시 한 공무원이 차적 조회로 확인한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흥신소에 돈을 받고 판매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밝혀지자 공직사회에서는 개인정보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공무원 등이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들은 개인정보만큼 민감한 소송 정보를 버젓이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공공기관의 행정 정보를 공개하는 포털 사이트(www.open.go.kr)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11월 부평구가 올린 '기타 부담금 부과 처분 취소 행정 소송 패소에 따른 항소 검토'란 제목의 문건에는 사건번호와 함께 원고인 A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실명, 소송 대리인, 1심 판결 내용 등이 담겼다.

A 조합은 같은 해 2월 부평구를 상대로 가로수 제거에 따른 원인자 부담금으로 2억5700만원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고, 이후 11월 인천지법에서 승소했다.

구는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내부 문건을 작성했지만 이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해 상대 동의 없이 소송 정보를 유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사건번호와 소송 당사자 이름만 알아도 대법원에서 제공하는 대국민 서비스 '나의 사건 검색' 사이트를 통해 구체적인 사건 진행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어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구도 같은 해 12월 공개한 '행정 소송 대응 방침 수립 보고' 문건에 서구를 상대로 법인 지방소득세 경정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모 주식회사 실명과 사건번호를 그대로 노출했다.

강화군 역시 작년 3월 해당 사이트에 올린 문건에 강화군을 상대로 수천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민간인 이름과 사건번호, 소송 내용 등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 소송 정보는 개인정보만큼 민감해 함부로 외부에 노출해선 안 된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인천지법은 공개 재판을 진행하면서도 재판 안내문에 적힌 원·피고나 피고인 이름 일부를 특정 기호로 가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하 법무법인 씨티즌 대표변호사는 “사건번호와 사건 관계자 실명, 사건 내용 등은 예민한 개인정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소송 정보 공개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