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

인천을 떠올릴 때 빠지지 않는 게 '관문(關門)'이란 용어다. 국경이나 요새 따위를 드나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을 말한다. 어떤 일을 하려면 꼭 지나야 하는 문을 일컫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은 관문 도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세계적인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만 해도 국내 곳곳을 연결하는 주 통로다. 서울의 관문 구실을 함은 물론이다.

인천은 우리나라 최초로 이민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 한인 교포들이 새로운 삶을 일군, 한국 이민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시다. 1902년 12월22일 이민자 104명이 제물포항을 출발해 하와이로 떠난 사례가 국내에선 공식적인 첫 이민으로 기록된다. 지금은 세계 곳곳의 750만 재외동포가 인천을 통해 모국과 거주국을 오가는 등 이민의 역사를 함께한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다양한 이주(移駐)의 이야기를 담는 말이다. '흩어진 사람들(離散)'이라는 뜻으로, 본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지칭했다. 후에 그 의미는 확장됐다.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풍속을 지키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 결국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현상이나 사람을 의미한다.

이런 디아스포라를 내용으로 한 영화제가 인천에서 열리고 있다. 영화를 시작한 지 벌써 올해 10주년을 맞이해 눈길을 끈다. 인천에서만 만날 수 있는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 다양성 축제다. 영화제는 국내 처음으로 이민을 꾀한 도시인 인천에서 기획됐다. 영화라는 매체로 차별과 편견을 겪는 국내외 이주민과 난민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문화적 특성의 가치를 함께 나눈다. 우리 사회에도 포용과 관용을 베푸는 가치가 깃들어 있음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다.

인천시영상위원회가 오는 5월20일부터 닷새간 인천시 일대에서 열릴 '제10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출품작을 공모한다. 참여 희망자는 2월6일까지 인종·국적·민족·분쟁·난민 등 디아스포라 관련 이슈를 소재로 한 작품을 신청서와 함께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된다. 여러 이유로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작품 선정기준이다. 2020년도 이후 제작 완료된 작품이어야 한다. 타 영화제에서 상영됐거나 극장 개봉작도 출품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사회적 위기는 디아스포라와 같은 비주류와 소수자 등에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더하리라. 이런 상황에서 관용과 다양성의 가치를 공유하고 공존의 가능성을 담은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싶다. 10회를 맞이하는 만큼 영화제의 취지와 목적을 살리고, 새로운 공감과 소통의 기반을 마련하는 행사로 자리를 잡길 기대한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