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해변가와 섬 주변은 온갖 새들의 천국이다. 사람의 손을 덜 타 오래 전부터 자유롭게 나는 새들의 보금자리로 꼽혀 왔다.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사진가는 물론 이들을 돌볼 자원봉사자를 불러모아 눈길을 끈다. 인천일보는 창간 직후 노랑부리백로와 검은머리물떼새 등 멸종위기종에 대한 사진 특종을 올리기도 했다. 타 신문사에서 이들 사진을 빌려가 주요 면에 '인천일보 제공을' 달았을 때 뿌듯함을 느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언론사뿐만 아니라 일반 사진가들도 자유롭게 각종 조류의 서식지와 생태 환경 변화 등을 찍어 그 소중함을 알린다.

뭍에서 멀리 떨어진 연평도 인근 무인도에 저어새가 집단으로 서식해 관심을 모은다. 우선 이들의 '안전'이 궁금하다. 남동유수지와 강화도 등지에서 발견되는 저어새 몇몇은 아무래도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서 '수난'을 겪어서다. 그런데 외딴 섬 구지도(求地島·연평면)에 수백마리가 산다니, 이들의 안정된 생활을 바랄 뿐이다.

한강유역환경청은 구지도에 저어새 742마리가 건강하게 번식한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달 말 발표했다. 2017년 첫 모니터링 때 428마리보다 314마리(73.4%)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저어새 개체 수 조사는 번식 둥지 등을 기준으로 지난해 5~6월 진행했다. 여기엔 한강유역환경청을 비롯해 국립생태원·국립생물자원관의 조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구지도는 특정도서이다. 사람이 살지 않거나 극히 제한된 지역에만 거주하는 섬 중 자연생태계·지형·지질 등이 우수한 곳이다. 환경부장관이 지정·고시를 한다. 그만큼 개발과는 무관한 지역에 각종 동식물이 살아가는 데 아주 적합하다는 얘기다. 구지도엔 저어새 외에도 멸종위기종 1급인 매, 2급인 노랑부리백로·검은머리물떼새 등 15종의 조류가 산다.

여름 철새인 저어새는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5-1호. 생김새가 독특해 멀리서 보고서도 단박에 구별할 수 있다. 저어새란 이름에서도 나타나듯,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물속에 넣고 좌우로 저으면서 먹이를 찾는다. 특별한 습성이다.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에서만 보이는 종으로, 주로 한국·일본·홍콩·대만·베트남·필리핀 등지에 분포한다. 국내 서해안엔 3690여마리가 번식하는데, 구지도에 가장 많은 수가 둥지를 틀었다고 한다. 전 세계 개체 수가 5200여마리에 불과할 정도라니,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저어새가 서식하는지 알 수 있다.

저어새는 멸종을 걱정할 만큼 희귀조류로 분류된다. 지구상에 멸종위기를 겪는 종은 허다하다. 이렇게 동식물이 우리 눈 앞에서 점점 사라지는 이유는 개발과 남획 등 때문이다. 끝없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한다. 이제는 이런 현상을 철저히 막아 더불어 공존할 '지속가능한' 사회가 절실한 듯싶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