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가고 또 새로 온다. 저물어 가는 해를 놓고 어찌 감회가 없으랴. 우리는 지난 1년간 뭘 하며 지냈는지 돌아보게 한다. 대개는 아쉬움을 남기며 마감하는 쪽이라고 여겨진다. 이들은 새해를 맞아 새로운 희망을 걸겠다고 벼르기 일쑤다. 인지상정이다. 인간에게 소망은 앞으로 긍정적으로 살아갈 원동력 아니겠는가. 하나 한켠에선 늘 같은 해가 뜨고 질 뿐, 별로 다가오는 감흥이 없다고 궁싯거리기도 한다. 새해라고 해야 나이에 숫자 하나 더해졌다는 의미 말고, 보탤 게 없다고 한다. 그래도 세밑에선 “복 많이 받으라” 인사를 주고받느라 바쁠 터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지난날을 회상한다. 떠올려 보니, 온통 '잿빛'으로 일이관지(一以貫之)했다고 생각된다. 코로나19란 놈에게 치여 생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세계적 전염병이 곳곳을 할퀴면서 여기저기 문을 닫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상이다. 백신접종을 마치더라도, 무위에 그치는 코로나 위력에 혀를 찰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금으로선 언제쯤 다시 지구촌이 활짝 문을 열고 지낼지 모른다고 하니 끔찍하다.

이래저래 몹시 아픈 시절이다. 이 중 가장 불안하고 불편한 사항은 '비대면'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그렇지만, 사람을 피해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리운 이들조차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하는 현상을 뭐라고 표현할지 난감할 뿐이다. 삶이란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완성되는데, 사람을 기피해야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치가 떨린다. 코로나는 우리 생활 자체를 망가트리는 정말 악독한 놈이라고 일컬을 수밖에 없다.

이런 엄중한 형편 속에서도,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주자들의 기 싸움은 또 다른 관전평을 부른다. 온 국민이 코로나로 노심초사하고 있는 마당에 후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 일정을 감안할 때, 그럴 만도 하겠다. 이 나라 수장으로 '군림'할 이를 누구로 뽑아야 할지는 전적으로 국민들의 몫이다. 그렇다곤 해도 국민들은 '현명한' 지도자를 고르는 데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릇된 유권자의 판단은 국가 전체에 위험을 안겨주어서다. 어리석은 지도자에게 우리 미래를 맡겨선 안 될 일이다. 잘 따져보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챙겼으면 싶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문득 노자의 가르침이 떠오르는 요즈음이다. “불출호(不出戶)하되 지천하(知天下)하고, 불규유하되 견천도(見天道)한다.” 집 문밖을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고, 창문으로 엿보지 않고도 하늘의 도를 본다. 밖으로 자기를 드러내지 않아도 널리 알려지고 이뤄진다는 뜻이다. 코로나로 인해 어디를 가지 않더라도 괜찮으며, 대선 후보들에게도 일침을 가하는 '진리'라고 믿는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