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이 머니, '일석삼조' 효과
페트병·의류·종이 무게·개수
주 2회 측정, 매달 입금 구조

투명 페트병 우선 자동수거
재활용 일체화 플랫폼 구축
▲인천 동구자원순환가게에 설치된 자동수거장치에 깨끗하게 세척된 투명 페트병을 넣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3시 인천 동구 화수2동 행정복지센터 옆에서는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가 한창이다. 마을 주민이 페트병이나 종이 등을 들고 오면 무게를 달거나 개수를 세서 일일이 개개인별로 수량을 적는다. 페트병 하나도 섣불리 분리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직접 페트병을 깨끗이 세척해 오는 것은 물론 겉면에 라벨까지 모두 제거해야 한다.

이렇게 가져온 페트병 투명페트. 유색페트. 판페트. PE. PP. PS 등으로 나눠 당장 재활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세세한 분리수거작업을 거친다. 이날 4시간 남짓 수거한 재활용품의 양은 생각보다 많았다. 재활용품의 양에 따라 모두 주민들에게 돈으로 돌려준다. 이곳은 인천 최초로 시행중인 쓰레기도 돈이 되는 동구자원순환가게 동구마켓의 현장이다.

쓰레기도 돈이 된다

인천시 동구지역은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아파트단지보다는 단독주택 단지가 많다. 노인인구 비중도 높아 쓰레기 재활용률이 높지 않았다.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 도입됐는데 바로 동구자원순환가게 동구마켓이다.

자원순환가게의 시스템은 간단하다. 동구마켓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제일먼저 가입신청서 작성해야 한다. 주2회 배출거점으로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이를 측정해 금액을 정하고 매달 15일 통장으로 입금하는 구조다. 페트병은 개당 10원, 소주병은 100원, 맥주병은 130원, 알루미늄 캔은 kg당 500원, 종이책은 kg당 100원, 의류는 kg당 250원 등이다.

동구 지역에서 모두 11개소의 배출거점이 있다. 요일별로 대부분 행정복지센터 인근 공터에서 진행하고 있다. (송현3동과 송림1동은 마을 공터)

또 다른 방법은 11곳의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자동수거장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는 투명페트병만 우선 수거할 수 있다. 개인전화번호를 입력한 후 자동수거장치에 페트병을 넣으면 자동으로 분쇄돼 저장되고 배출양은 자동으로 데이터화한다.

이 시스템의 큰 특징은 주민들이 가져온 재활용품을 개개인별로 즉각 데이터화한다는 점이다. 또한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재활용품 배출양에 따라 이를 현금이나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준다. 기존의 쓰레기 분리수거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그동안 기존 민간 수집업체에서 전담해오던 재활용 쓰레기 수집과 운반, 재활용 등의 작업을 일체화해 플랫폼으로 구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재활용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나아가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할 수 있어 각종 정책개발에 곧바로 반영할 수 있다. 더구나 주민 입장에서는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구조다.

이 사업은 인천 최초로 과학기술부 공모 사업을 선정돼 'IoT기반 인공지능 재활용폐기물 그린데이터 플랫폼 구축'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8월부터 동구지역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다. 인천시와 동구, 인하대, ㈜에코투게더 등 4개 기관이 손잡고 각종 정책과 서비스협업, 데이터 분석, 데이터 구축 미 관리 등의 역할을 분담해 맡고 있다.

 

▲인천 동구자원순환가게를 찾은 주민들이 종이류와 페트병 등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하고 있다.

내년부터 인천 전 지역 확대 실시

올해 동구에서 시범실시 중인 자원순환가게는 그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11월19일까지 3개월 남짓 통계를 보면 가입자 수는 560명으로 늘었으며, 배출량 27t에 보상금액으로 416만원을 지출했다. 이를 통한 탄소저감효과는 17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시범실시 중인 동구자원순환가게 동구마켓과 부평자원순환가게 어울림, 서구자원순환가게 서로이음마켓 등은 내년부터는 인천이음가게로 통합돼 인천 전 지역으로 확대 실시된다.

특히 내년부터는 지역화폐와 결합한 시스템이 선보인다. 인천이음으로 물품을 구입하면 실시간으로 10%의 금액을 실시간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시스템은 성공적인 지역화폐 정책의 핵심이었다. 이를 재활용 시스템에도 적용해 현장에서 재활용품을 가격을 정해 실시간 인천이음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이번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동구청 자원순환과 임철우 주무관은 “동구의 경우 대상지가 작고 골목길과 단독주택단지가 많아 자원순환가게 시범사업지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정부공모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이번 사업을 통해 재활용 플랫폼과 지역화폐의 결합으로 데이터 기반의 지역 순환경제 구조가 가능하게 됨은 물론 주민 참여를 획기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주민 주도·참여율 높여 … 기존 단점 한 번에 해소”

▲ 이성희 ㈜에코투게더 팀장

㈜에코투게더는 재활용품의 수집단계부터 운반, 선별분류 한 후 이를 관련 업체가 넘겨주는 일련의 과정을 시스템화한 플랫폼 기업이다. 캐시백 제도를 통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재활용 비율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성희 ㈜에코투게더 팀장은 동구 화수2동 자원순환가게를 총괄 관리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동구 11개 거점 수거지역마다 2명의 자원관리사를 배치해 이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원순환가게는 경기도 성남시에 처음 시작됐다. 주민주도형 쓰레기 문제 해결과 자원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시작한 성남시의 자원순환가게를 인천 동구청이 벤치마킹했다. 사례다.

동구의 경우 기존에는 매주 1회 재활용 배출의 날을 정해 봉투 하나에 모두 모아서 배출하는 방식이었다. 이렇다보니 주민참여도 떨어지고 분리수거가 어려도 재활용 비율도 현저히 떨어졌다.

이번 사업은 이 같은 문제를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다.

이 팀장은 “동구 11개소에 거점을 만들어 집 가까운 곳에 편하게 재활용품을 수거할 수 있도록 한 점과 배출량을 측정해 매달 한 번씩 돈으로 돌려주는 시스템 덕분에 주민참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 달에 얼마나 벌수 있을까.

이 팀장은 “한 노인분은 옆집 재활용품까지 받아와서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면서 “그런 걸로 얼마나 버나 하시겠지만 많이 가져오시는 분은 한 달에 5~6만 원 정도 버시는 분도 계시다”고 알려준다.

나아가 그는 “페트병 하나가 10원에 불과하지만 동네 분들에게는 용돈벌이 이외에도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보존할 수 있다는 중요한 인식전환의 기회가 되고 있다”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중요한 실천을 하고 있다는 교육의 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

/사진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