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플랫폼 '송출된 과거, 유산의 극장'전
다양한 매체로 '전통' 이해의 폭 넓힐 기회
▲ 피오나 탄 작 영화 '등정'. /사진제공=인천아트플랫폼

아시아에서 전통이 근대와 어떻게 관계하는지, 오늘날 우리 삶에 드러나고 있는 전통의 양상은 어떠한지를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접근하는 전시가 기획됐다.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플랫폼은 국제 미디어전 '송출된 과거, 유산의 극장(Frequencies of Tradition)'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김현진 인천아트플랫폼 예술감독이 2012년부터 진행해온 연구 결과를 담았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민족국가 건설의 격동을 거치며 전통이 형성되고 그 전통을 인식하는 양상, 우리의 삶에 반영된 모습 등을 탐구했다.

아시아인들에게 전통은 여전히 일상생활의 일부이며, 세대를 연결하고 지역 사회 가치를 전하고 미래 문화의 출현을 위해 살아있는 아카이브로서 기능한다. 또 가부장제와 권위주의, 구습의 근원이라는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환영받지 못하는 양면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 전시는 아시아의 근대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논쟁적 공간으로 전통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아시아 근대화의 복잡한 양상을 살피고 새로운 상상을 더 하는 시각예술의 풍요로운 경계적 공간을 제시한다.

피오나탄, 왕 투오, 정은영, 치아 웨이 수, 밍 왕, 리에코 시가, 호 추 니엔 등 다양한 국적의 아시아계 예술가와 영화감독, 시각 연구자가 9개국에서 총 26명이 참여했다. 영상과 설치미술, 사진, 드로잉, 회화, 영화 등 50여 점의 다양한 매체가 전시된다.

작품은 직조나 뜨개질 같은 수공예, 수묵화처럼 오래된 전통 기술, 지구의 사변적 기억 잠재력을 드러내는 고대 애니미즘, 현대와 비근대 사이에서 감정적·심리적으로 복잡한 현실을 소환하는 폐허, 전쟁으로 환원된 아시아 정신성의 역설, 아시아 식민주의와 전통주의적 자연 상징물 사이의 역학관계, 20세기 역사적 진통을 통과하는 전통 무용가, 황폐한 공동체에 힘을 실어주는 노인들의 구전, 현대 기계에 의해 다양한 세대 속에서 지속하는 즐거운 순례길, 식민적 경계들을 넘어서는 억압 불가능한 여성들의 초상화 등으로 표현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현진 감독은 “개발과 근대화, 관습의 폭력, 민족주의, 혹은 규범화된 근대성의 역사가 오늘날 어떻게 나타나고 구체화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질문하는 동시에 집단적 기억, 정신, 아카이브적 상상력, 테크놀로지와 전통 사이의 상호 개입, 민중의 자기 성장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나 체제가 압제할 수 없는 자들의 목소리와 모습을 진지하게 기억하며 아시아 근대화의 지역적이면서 다원적인 상태들과 조우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