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혁신 논설위원.
조혁신 논설위원.

지난달부터 인천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관에서 '한국의 탐정들 : 한국 근대추리소설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1900년대부터 1950년대 이르기까지의 추리소설의 발전사를 조망한다. 한국 근대추리소설의 흐름뿐만 아니라 희귀한 서적과 자료를 볼 수 있는데, 추리소설 팬이라면 짬을 내고 발품을 팔아 볼 만한 전시이다.

추리소설이 탄생한 지는 올해로 180년이 된다고 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모르그가의 살인'이 최초의 추리소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추리소설은 1908년 이해조가 발표한 <쌍옥적>이다. 이해조는 이인직과 함께 우리나라 신소설 개척자이기도 하다. 신소설이란 고전소설 이후 개화기에 등장한 과도기적인 근대소설을 말한다. 최초의 신소설은 1906년 이인직이 발표한 <혈의 누>이다.

추리소설에는 사건을 풀어내고 범인을 추적하는 탐정이 등장하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추리소설'과 '탐정'보다는 각각 '정탐(偵探)소설'과 '정탐'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정탐이란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몰래 살펴서 알아낸다는 뜻이다. 한국 근대추리소설 역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인 탐정으로 어린이가 등장하는 데 있다. 주로 10살 전후의 소년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범죄 현장을 목격하고 주위 친구들과 힘을 합쳐 범인을 추적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도 어린이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추리소설 '동생을 찾으러'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 근대추리소설의 대표 작가는 김내성이다. 김내성은 일본 유학 중 일본 탐정소설 전문 잡지를 통해 추리소설 작가로 등단한 후 추리소설 전문 작가로 활동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추리소설가 코난 도일에게 명탐정 셜록 홈스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이 있다. 미국에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캐릭터가 유명하다. 김내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명탐정 유불란을 등장시킨다. 유불란은 “탐정의 혈관에는 강철이 돌아야 합니다”라는 다소 닭살 돋는 대사를 날리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캐릭터이다. 김내성은 유불란을 주인공으로 장대한 스케일과 탁월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백가면> <마인>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한국 추리소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근대추리소설 작품에는 인천이 배경무대로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추리소설 <쌍옥적>에는 주인공 정순검이 신출귀몰한 용의자를 추적해 인천까지 오는 장면이 나온다. 요즘 들어 영화와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배경으로 인천이 자주 등장하는데, 당시에도 근대 개항도시 인천이 박진감 넘치는 추리소설의 무대로 여러모로 적격이었던 모양이다.

 

/조혁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