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허용·대법원 불허 판결
음란물 인정여부 따라 판단 달라
업자·당국 통관 때마다 법적다툼

해외에서 수입되는 속칭 '리얼돌'이 관세법상 수입 금지 대상인 음란물인지, 수입이 가능한 성기구인지를 두고 재판부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려 관련 업계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1-2부(부장판사 박강균)는 지난달 11일 수입업자 A씨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 통관 보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9년 7월 해외에서 성인 여성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구현한 리얼돌 1개를 수입하겠다고 신고했다가 같은 해 9월 '전체 모습이 실제 여성 형상에 가까운 음란한 물건'이라는 이유로 통관 보류 처분을 받게 되자 올 1월 세관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리얼돌은 여성 전신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실리콘 재질의 인형으로 머리를 포함해 신체 길이는 150㎝이고, 무게는 38.3㎏이다.

재판부는 “해당 물건이 실제 여성 나체와 유사한 느낌을 주긴 하나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성기구를 음란물로 취급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재판부는 “성인이 사적으로 은밀히 성기구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중에게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되는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대법원은 최근 미성년 여성의 신체 외관을 본뜬 리얼돌 수입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수입업자 B씨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 통관 보류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B씨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물품의 전체 길이와 무게(150㎝·17.4㎏)는 16세 여성의 평균 신장과 체중에 현저히 미달하고 여성의 성기 외관을 사실적으로 모사하면서도 음모의 표현이 없는 등 미성숙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물품을 예정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을뿐더러 아동에 대한 잠재적 성범죄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수입업자들과 관세당국은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음란물'이냐, 개인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히 이용되는 '성기구'냐는 쟁점을 놓고 통관 때마다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