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

인천은 해양도시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를 들어보자. 우선 우리나라 전체의 7.2%에 달하는 1079㎞의 해안선을 자랑한다. 여기에 전국 갯벌의 29.3%를 포함하고, 유·무인도 169개를 보유하고 있다.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넓은 갯벌을, 광역시 중 제일 큰 바다면적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런 외형적인 면만 봐도, 인천은 명실상부한 해양도시다.

인천 앞바다에선 갖가지 생선이 잡힌다. 수산물이 아주 풍부하다. 요즘이야 '연평도 꽃게'로 유명하지만,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연평도엔 조기가 풍년이었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실렸을 만큼, '조기 파시'는 그 이름을 떨쳤다. 1930년대엔 대청도에 포경기지가 들어설 정도로 고래잡이가 성행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홍어와 민어 등 귀한 물고기를 접할 수 있는 곳이 인천 해역이다.

인천이 바다를 끼고 있지 않았으면, '개항'과 관련한 수많은 이야기도 없었으리라. 1883년 일제에 의한 강제이긴 했어도, 개항은 오늘의 인천을 있게 한 원동력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인천은 개항 후 계획도시를 이끌면서 온갖 서양문물의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국내 '최초 최고'가 수두룩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인천을 안 가본 이를 '촌놈' 취급했다는 말에서 인천이 얼마나 화려했는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인천은 이처럼 바다와 함께 성장하는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해양도시 인천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갯벌 보존, 섬 접근성 강화, 남북 연안 이용 활성화 등 할 일이 태산이다. 지속적인 인식 제고와 더불어 정책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육지편향 의식'만으론 해양도시로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겠다.

인천에서 지난 11월26∼28일 열린 11회 전국해양문화학자 대회는 인천이 '나아가야 할 길'을 화두로 던졌다. 이 대회는 바다와 섬에 관한 다양한 이슈와 방안 등을 논의하고 개최 지역에 맞는 방향을 제시하는 모임이다. 올해 주제는 '접경지역 도서의 상생 경제발전과 평화 정착'이다. 인천의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할 수 있는 서해 5도서와 한강하구의 정치·경제적 발전 방향을 다뤘다. 해양문화학자들은 28일 강화도 갑곶돈대에서 '2021 인천해양선언'을 발표하면서 인천시와 해양수산부에 “인천 섬 주민의 통행권을 확대하는 여객선 공영제를 실시하고 섬의 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실 인천지역 섬 지역 주민들의 통행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기상 상황과 운항 횟수, 비싼 뱃삯 등으로 국민의 기본권인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도서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여객선 대중교통 요금제도 등을 하루빨리 도입했으면 싶다. 그럼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 해양도시 정체성을 정립해 나갔으면 한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