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화물연대 총파업 보도에서 '안전운임'이라는 키워드에 꽂혔다. 2017년 공식 채택된 이래 관련 업계 관계자들 외에는 잊은 단어가 아닌가 싶다. 일상생활에서는 쓸 일이 없는 터라 마치 처음 듣는 말 같다. 입안에서 계속 굴리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안전운임? 안전과 관련된 비용은 당연히 운임에 기본적으로 계산되어 있어야 정상 아닌가?

'안전운임'은 원래 2003년 화물연대가 제시한 '표준요율제'가 뿌리다. 화물차 기사들이 과적 과속 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이 낮은 운임체계에 있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의 표준운임을 제도화하자는 게 화물연대의 주장이었다. 화물연대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해마다 총파업을 벌였다. 2008년에는 정부가 법제화를 약속하기도 했으나, 정치권이 미온적이어서 법 제정은 이후에도 헛바퀴만 돌았다. 화물연대는 2016년에도 총파업에 돌입했다.

결국 2017년 표준운임 도입을 위한 노정교섭이 집중 진행된 끝에 마침내 타결됐다. 제도의 명칭도 표준요율 대신에 시대의 화두인 안전이라는 가치를 담아 안전운임으로 바꾸었다. 화물차의 과적 과속 과로가 100% 낮은 운임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상관관계가 높은 게 사실이고, 전국 도로 위 모든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반면, 화주와 화물운송업계는 처음부터 '안전운임'을 마뜩찮아 했다. 화물차의 과적 과속 과로는 관행적인 화물운수 행태가 근본원인이므로, '안전운임'은 화물운임 수준만 높일 뿐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들의 로비로 인해 안전운임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제도가 되었다. 게다가 안전운임제 대상은 전체 화물차 41만대 가운데 6.3%에 불과한 2만6000대(특수자동차 일부)로 한정되고 말았다.

화주와 운송업계가 운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건 이해된다. 화물운송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화물차의 안전 운송을 위해서는 운임도 높여 나가고 관행도 바꿔 나가야 한다. 어렵사리 도달한 안전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확대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오히려 시간을 거스르는 반동적 방식으로 대응할 일은 결코 아니다. 2020년 통계를 보면, 화물차 교통사고로 하루 2명이 숨진다. 안전은 경제보다 우선이어야 한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2016년 이래 5년만이다. 지난 주말 파업은 어찌 넘어갔으나, 화물연대는 정부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적용 확대 논의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연말에 2차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파업 재개가 무서운 게 아니라, 안전에 대한 사회적 감각과 합의가 후퇴할까 두렵다.

 

/양훈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