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재그 자유롭게 뻗은 가지에 앙증맞은 잎, 조형미 뛰어나
통풍·과습 민감해 바람과 햇빛 충분한 베란다서 키우기 좋아
▲ 뉴질랜드 남알프스 출신의 소포라는 영하 10℃ 추위도 견딜 수 있다. 건조에는 강하나 과습에는 취약하기 때문에 물은 흙 깊은 곳까지 충분히 말랐을 때 주는 것이 좋다.

찬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11월, 식물 하나로 우리 집이 고급(?)스럽게 바뀐다. 갈색 가지의 굴곡이 주는 독특한 조형미와 추운 겨울에도 살아남는 강인한 생명력이 매력적인 ‘소포라’를 이주의 식물로 소개한다.

#반려식물도감 '소포라' 편

소포라의 자생지는 뉴질랜드 남알프스 산맥의 동쪽 지역으로, 건조하고 추운 환경에서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잘 자라는 것이 마치 마오리족을 닮아 '마오리 소포라'라고도 불린다. 특히 지그재그로 자라는 독특한 성장 모습이 고급스러운 조형미를 주며 2㎝ 내외의 앙증맞은 잎에는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노란색 작은 꽃이 피어난다.

#리피의 '소포라' 관리법

소포라는 건조와 추위에는 강하지만 과습과 통풍에 민감하기 때문에 가드너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식물이다. 통풍이 잘 드는 곳에서 키워야하므로 실내 테이블 등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온도의 변화가 없는 실내보다 일교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관리하는 것이 좋다. 영하 10℃의 추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식물로 창이 있는 베란다에서 월동도 가능하므로 직사광이 들지 않는 밝은 곳에 두는 것을 추천한다.

독특한 조형미를 유지하고 싶을 땐, 소포라의 수형을 가지 쳐서 관리하면 좋다. 소포라가 위로 뻗지 못하고 옆으로만 자란다면 지지대를 세워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키우기 Tips!

과습에 취약하기 때문에 물은 흙 깊은 곳까지 충분히 말랐을 때 공급한다. 한 번 줄 때는 화분 받침에 물이 나올 만큼 충분히 준 이후, 받침에 고인 물은 비워준다. 만약 물 주기가 어렵다면, 건조하듯이 키워주면 된다. 배수와 통기가 잘 되는 흙과 화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잎이 노랗게 변하거나 깍지벌레나 응애 등의 해충이 생겼다면 급작스럽게 온도가 변하거나 통풍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자생지인 뉴질랜드 해안처럼 아침과 저녁의 온도 차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고 바람과 햇빛이 충분한 베란다 등에서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포라' 이럴 때 좋아요

커다란 나무의 축소판 같은 '소포라'는 갈색의 얇은 줄기가 직선으로 뻗어나아가며 우아한 조형미를 연출하기 때문에 공간의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바꿀 때 도움이 된다.

소포라는 알카로이드 독성 성분을 가지고 있어 유아가 섭취하는 데 유의해야 하며 반려동물들이 식물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리피의 상담일지

Q. 몬스테라가 갑자기 잎이 축 처지면서 성장도 멈춘 것 같아요. 화분에 뿌리가 차서 그런 줄 알고 분갈이를 했는데 뿌리가 별로 없었어요. 이유와 대처방법이 궁금합니다.

A. 뿌리 무름증상으로 확인됩니다.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뿌리가 물러져 앞까지 물을 못 올린 것으로 보여요. 초록빛의 단단한 부분을 기준으로 소독된 칼이나 가위로 잘라 주세요. 그 후 건강한 뿌리를 다시 내릴 수 있도록 빛이 약한 실내에서 수경재배로 키워주세요. 새로운 뿌리를 내리는데 넉넉히 한 달 정도는 걸릴 수 있어요. 기근의 잔뿌리가 충분히 자랐다면 흙으로 옮겨주셔도 됩니다. 배수가 좋지 않은 흙이라면 무른 증상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상토에 배수를 높일 수 있는 흙(마사토, 질석, 펄라이트 등)을 섞은 흙을 추천해요.

#화가의 식물

고흐의 동생 테오는 아들이 태어나자 그의 이름을 빈센트라고 짓는다. 이 소식을 들은 고흐는 기쁜 마음에 조카에게 선물할 그림을 그리는데 바로 그 작품이 ‘꽃 피는 아몬드 나무’이다.

“그 애를 위해 침실에 걸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아몬드 꽃이 만발한 커다란 나뭇가지 그림이랍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중에서)

아몬드 나무는 겨울의 추위가 남아있는 이른 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아몬드 꽃은 벚꽃과 같은 장미과로 생김새가 매우 닮았다. 우리가 만개한 벚꽃을 보며 봄이 왔음을 알 듯이 고흐는 아몬드 꽃을 통해 봄의 생명력을 느꼈을 것이다. 또한 아몬드 나무의 가지가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렇게 강한 생명력을 뿜는 모습이 고흐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일까? 고흐는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에도 꽃을 피운 모습에 놀라움을 느껴 이 그림을 그리게 된다. 생명력을 가진 것을 보면 빛이 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고흐가 아몬드 나무 그림을 통해 조카에게 주고 싶었던 건 반짝이는 삶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정리=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사진제공=코스믹그린, leafy_cosmicgr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