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찬삼(등신대)과 그의 ‘애마’ 폭스바겐 비틀.

1년 전 이맘때 자그마한 체구의 여성이 박물관을 찾아왔다. 그에게서 '김찬삼'이란 이름을 듣자마자 “세계일주 여행을 한 그분요?”라는 말이 내 입에서 바로 나왔다. 그는 김찬삼 선생의 셋째 따님인 김서라 씨였다. 대화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나는 이미 세계여행 전집을 통해 '김찬삼'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영종도 구읍뱃터 옆에 있던 세계여행문화원을 10여 년 전 서너 차례 가 본 적이 있었다. “혹시 그때 거기에 있던 빨간 딱정벌레차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요?” 김찬삼은 60년대 말 유럽여행 중 독일인에게 중고 폭스바겐을 선물 받았다. 그 차를 타고 라인 강가를 누볐고 알프스 산맥을 넘었다. 1970년 외항화물선에 싣고 한국으로 끌고 와 한동안 '자가용'으로 사용했다.

보름 후 그 차를 보기 위해 함께 영종도로 건너갔다.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일주 여행가 고 김찬삼 선생의 '애마'는 작은 식당 옥상에 외롭게 놓여 있었다. 둥지를 잃고 10년 넘게 풍찬노숙을 한 탓에 많이 늙었다. 심하게 변색되고 곳곳이 녹이 슬어 금방이라고 부서질 만큼 거의 폐차 상태였다. 현장에서 인천시립박물관에 기탁하기로 논의하고 곧바로 복원 절차를 밟기로 했다.

복원 수리의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삼성자동차박물관의 올드카 전문가를 현지로 초청해 복원 자문하는 한편 폭스바겐코리아에 복원 후원 의뢰를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지역 내 대여섯 자동차 수리업체에 사진을 보여주며 복원 수리 요청을 했지만 모두 손사래를 쳤다. 그들에게는 손만 많이 가고 돈 되지 않는 그저 낡은 자동차일 뿐이었다.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아여모(사단법인 아침을 여는 사람들)에 SOS를 쳤다. 아여모는 복원 비용을 후원하는 것은 물론 복원 수리업체까지 찾아냈다. 차는 하루가 다르게 '본색'을 드러냈다. 지난 월요일 마치 전집 '김찬삼의 세계여행'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처럼 박물관 로비에 옮겨졌다. 세계를 동반했던 그의 '애마'는 이제 다시 우리와 함께 새로운 여행지를 동반하기 위해 시동 걸 채비를 하고 있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