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립공원 '오제'서 짐 나르는 '봇카' 느리게 사는 법에 초점…공감·힐링 전해
▲ '행복의 속도'를 연출한 박혁지 감독.
▲ '행복의 속도'를 연출한 박혁지 감독.

“한 걸음 한 걸음이 소중하고 큰 의미로 다가왔다. 두 인물을 알아갈수록 같은 일을 할 뿐 삶을 마주하는 여러 생각이 아주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나는 이 두 남자의 비슷한 듯 다른 일상과 생각들을 담아내고 싶어졌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박혁지(사진) 영화감독이 신작 '행복의 속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일본 국립공원 '오제'를 국내 최초로 스크린에 담은 다큐멘터리다. 자연 보호 차원에서 차량이 다닐 수 없는 '오제 국립공원', 여기서 짐을 나르는 '봇카'들의 삶을 다뤘다. 빠르게 지나가는 우리 주변의 일상과는 달리 모든 사람이 오로지 하나의 길로만 천천히 이동해야 하는 오제는 느리게 사는 법을 잊고 지낸 많은 이들에게 색다른 모습을 전한다.

▲ 다큐멘터리 '행복의 속도'의 한 장면.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 다큐멘터리 '행복의 속도'의 한 장면.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그 길 위의 봇카들은 일주일에 6일, 70~80㎏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최소 8㎞에서 멀게는 12㎞가량을 걸으며 '산장까지 짐을 무사히 배달한다'라는 마음으로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낸다. 조금은 느릴지언정 천천히 걷기 때문에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은 그들에게 충만한 행복과 흔들림 없는 자부심을 가져다준다.

“천천히 가면 돼요”, “넘어지면 안 되니까 시간이 더 걸려도 어쩔 수 없지”라는 극 중 인물들의 대사처럼, 그들의 삶을 통해 전하는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다독거림은 보는 이들에게 커다란 위로를 선사한다.

'오제'와 '봇카'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즐기는 '이가라시'와 봇카를 알리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이시타카'의 닮은 듯 다른 발자국은 삶의 귀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또 다른 여운이 된다.

영화 행복의 속도는 그 무엇도 빼앗아가지 않는 오제의 넓은 초원처럼 각자의 방식과 속도를 모두 끌어안는다.

박혁지 감독은 “잠시 인생의 길을 잃었거나 빨리 달리기만 하느라 지친 모든 이들에게 '쉼'을 전하는 힐링 다큐멘터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박 감독은 1997년부터 방송에 입문해 주로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2015년, 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을 수상한 '춘희막이'가 그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이후 '오!마이파파'와 '크로싱비욘드' 등의 작품에 참여했다.

행복의 속도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제18회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오는 18일 개봉.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