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실력파 국악인 9명 뭉쳐 결성
서도민요·황해도굿 재해석으로 인기
2년만에 유럽순회공연 펼치고 돌아와
도민들 만나 코로나 극복 메시지 전해
▲ 악단광칠./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 악단광칠./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나… 국악 좋아하나 봐.”

눌러 쓴 족두리, 비뚤게 쓴 패랭이, 지극히 고전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세련미가 느껴지는 무대 의상까지 복장부터 심상치 않다. 현을 튕겨대는 현란한 손가락, 군더더기 없는 음색, 경쾌한 국악 연주가 숨겨뒀던 흥을 불러일으킨다. 이번엔 '범' 내려가고 '작두' 올라간다.

전 지구적으로 불어닥친 팬데믹 속에서도 우리 소리, 우리 문화에 대한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이제 막 유럽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따끈따끈한 9명의 예인 '악단광칠'을 '이슈人이슈'에서 만났다.

악단광칠은 서도민요와 황해도 굿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공연하는 국악 록밴드다. 김약대(대금), 이만월(피리·생황), 그레이스박(아쟁), 원먼동마루(가야금), 전궁달(타악), 선우바라바라바라밤(타악), 홍옥(보컬), 명월(보컬), 유월(보컬) 등 실력파 국악인 9인이 뭉쳐 2015년에 결성한 '괴물' 밴드로 잘 알려져 있다.

악단광칠은 뛰어난 연주력을 바탕으로 국악을 고루하고 진부한 음악이 아닌 동시대 대중들과 나눌 수 있도록 끌어올린 신개념 국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로 굿 음악과 민요를 원천으로 하기 때문에 이들의 음악을 '작두록' 또는 '접신록', '코리안 샤머니 펑크 록'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악단광칠 공연 실황./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악단광칠 공연 실황./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최근 국악 열풍 속 악단광칠 흉내를 내는 아류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이들이 갖춘 탄탄한 실력까지 따라 하지는 못했다.악단광칠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에 소개된 단 5분의 공연 영상 때문이었다. 이들이 선보인 '영정거리' 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13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뻗어갔다.

“가사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음악을 소리 자체로만 받아들였기 때문에 언어와 국적이 다른 세계인들도 공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최근 들어 한국 공연 문화가 열풍이 불면서 세계 각국에 많은 분이 매우 관심 있게 지켜봐 주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들의 인기는 지난 6일 영국 런던 킹스플레이스에서 열린 'K-뮤직페스티벌'에서도 증명됐다. 2년 만에 문을 연 공연장은 가야금과 대금 소리로 채워졌고 파란 눈의 서양인들은 우리 소리에 연신 환호를 보냈다.

“런던 무대를 비롯해 앞서 스페인과 벨기에 브뤼셀 유럽 순회를 다녀왔죠.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가 반가웠고 뜨거운 반응을 실감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 공연에서는 반응이 차가워서 놀랐었죠. 없던 유머까지 끌어들이며 젖먹던 힘으로 해낸 공연이었죠. 나중에 현지인들로부터 들으니 이 정도면 매우 좋은 반응이라고 하더라고요. 또 CD랑 MD 상품들도 많이 팔렸다고 해 안도했던 에피소드가 기억나네요.”

악단광칠 공연 실황. /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악단광칠 공연 실황. /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유럽 무대에 뜨거웠던 열기는 경기도로 이어졌다. 지난 23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짬콘서트: 조선클럽' 무대에 악단광칠이 올랐다. 객석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 소리를 좋아하는 이들로 채워졌다. 더는 천대받고 대중들로부터 외면받던 국악은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가 할 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제는 대중음악 중 마음에 드는 음악이 생기면 어떻게 국악기로 표현해 볼까라는 생각부터 자연스럽게 드는 것 같아요. 동시에 우리가 만든 결과물이 지금의 음악에는 어떤 영역에 해당할까라는 고민을 항상 가지고 가는 것 같네요. 앞으로도 우리는 해야 할 음악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가려 합니다. 유럽 투어를 다녀오면서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에서 묘한 연대감이 느껴졌습니다. '힘든 시기를 모두가 함께 헤쳐나가려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요. 코로나를 극복하는데 저희의 음악이 조금이나마 도움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