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흐른다. 한강은 임진강, 예성강 물줄기와 만나고 망향의 한마저 남과 북으로 흘려보내야 하는 길목에 있다. 70년 분단의 슬픔을 품고 살아온 한강하구 실향민들의 삶도 그동안 기구하게 이어져 왔다. 강화 교동 망향대에서 바라보면 북한 연백평야가 지척이지만 굳게 처진 철조망은 걷어지지 않고 있다. 한강하구는 금단의 구역으로 고착됐다.

정부는 남북 통신선의 재개통 등 새로운 남북관계를 맞아 남과 북이 공동으로 이용하기로 했던 한강하구 뱃길이 열리길 고대하고 있다. 지난 14일 인천시는 통일부와 공동으로 '잊혀진 공간, 한강하구 이야기'를 주제로 '망향배'를 띄워 실향의 아픔을 달랬다. 인천일보는 지난 19일부터 6회에 걸쳐 '한강하구 삶 이야기' 시리즈를 연재한다. 한강하구 중립구역을 감싸는 인천 볼음도, 말도, 교동도, 강화도와 경기 김포·파주시 등의 연안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와 환경 생태계의 실상이 소개된다.

한강하구와 연결되는 인천의 접경 섬들은 남북경협의 교두보이다. 북한 땅으로 이어지는 예성강 하구는 고려시대 국제무역항 '벽란 나루'가 있던 곳이다. 인천이 통일의 염원을 담아 한강 뱃길을 복원하려는 노력은 남북 경제·문화뿐만 아니라 역사적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한강하구는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에서 공동이용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고, 2018년 9·19 군사합의에서는 공동이용수역으로 설정된 바 있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회담의 결렬 후 한강하구 공동이용은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못했다.

한강하구는 분단의 피해 지역이다. 남북경협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한강하구는 남북 공동 번영을 추구하고 평화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을 품은 곳이다. 하지만 북한은 핵 능력 고도화를 위한 도발적 태도를 반복하고 있다. 19일 북한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해 핵 보유 입지를 강화하고 나섰다. 정부가 종전선언에 몰두하며 북한의 도발을 적당히 넘기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한강하구 공동이용 프로젝트가 남북교류 교착 상태를 풀어갈 열쇠다. 남북교류는 시급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민족적 과업이다. 한강하구 남북 공동이용에 그 해답도 있다.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