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

오늘날 잡지(雜誌)는 천차만별이다. 일반 대중이나 특정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잡지의 종류가 정말 많다. 소설·시 등 문학작품을 비롯해 특정한 취미·관심·직업 등을 가진 계층을 겨냥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산업·과학·종교·교육·체육 등 전 분야를 망라한다. 잡지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정기적으로 편집·발행하는 간행물을 일컫는다. 잡다한 여러 가지 읽을거리를 게재한다고 해서 '잡지'란 호칭이 붙었다.

잡지 발행은 멀리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젠틀맨스 매거진'(Gentleman's Magazine, 1731~1914)을 잡지의 효시로 본다. 당시 이 잡지의 영향력은 아주 컸다. 영국 상류층의 상징으로 불렀다고 한다. 이후 점차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우후죽순격으로 잡지가 쏟아져 나왔다.

이런 잡지의 창간호를 수집·보존하는 곳이 인천에 있어 관심을 모은다. 바로 가천박물관(연수구 옥련동)이다. 무려 2만621점의 창간호를 갖고 있다. 국내 최다 소장처임은 물론 기네스 기록까지 인증을 받았다.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잡지 창간호를 보유한 기관으로 등록된 셈이다.

가천박물관이 최근 잡지 창간호실을 새롭게 개편하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공개했다. 핵심 170권을 엄선해 우리나라에서 잡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개화기부터 6개 시대로 구분·전시한다. 먼저 개화기 대한독립과 부강을 목표로 창간된 '대한자강회월보'(1906), 일제 강점기 민족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현대평론'(1927), 일제의 억압 속에서도 한글을 지켜내려 했던 '한글'(1927) 등 1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창간호들이 눈길을 끈다. '대동공론'(1923), '동창회지'(1937), '문학산'(1948), '만화춘추'(1956) 등 유일본(有一本) 희귀 창간호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잡지 창간호 수집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 뜻에 따라, 한국 의학 발전상을 보여주는 의학 잡지 창간호들은 별도로 전시한다.

창간호는 잡지와 신문 등 정기간행물의 첫 기록물이다. 그것을 펴낸 이들이 품었던 기개를 읽을 수 있는 '초심'의 소산이다. 창간호만 들여다봐도 앞으로 해당 간행물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알 수 있다. 정기간행물 창간호는 '시대 변천사'이기도 하다. 여기엔 기쁨·기대·전망 따위가 한데 녹아 흐른다. 한때 잡지의 영향력과 활용도는 매우 높았다. 잡지를 통해 한국 문화의 현주소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잡지 역시 땀과 열정을 쏟아 '기록'을 남긴다는 점에선 신문과 다를 바 없다. 가천박물관의 잡지 창간호 소장은 그런 의미에서 소중하다고 여겨진다. 앞으로 창간호를 단순히 보유하는 데 그치지 말고, 다양한 기획·전시·연구 등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그 가치와 역사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