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여고, 부평여고 등 전통 명문도 불참...카누 K4-500m는 결국 번외 경기

학교 체육이 선수 부족으로 신음 중이다.

국가 체육 정책이 큰 틀에서 생활체육을 지향하면서 닥친 엘리트 체육의 지속적인 위기 상황에 최근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선수 부족에 따른 학교 체육의 위기는 이번 경상북도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 102회 전국체육대회를 통해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우선 인천의 경우 코로나19로 고등부(19세 이하)만 치러지고 있는 이번 대회에 여자농구 전통 명문인 인성여고를 비롯해 여자하키의 부평여고, 여자 테니스의 석정여고, 남자 요트의 인천공항고등학교가 선수 부족으로 아예 참가하지 못했다.

특히, 인성여고는 유영주 전 BNK 썸 여자프로농구단 감독을 비롯해 전 정은순 해설위원, 이종애 극동대학교 감독 등 한국 여자농구 레전드뿐 아니라 김지영(KEB하나은행), 이주연(삼성생명), 김수연(신한은행) 등 전현직 WKBL 소속 선수들을 다수 배출한 전통 명문임에도 현재 농구부는 2명에 불과할 정도로 어렵다. 농구는 최소 5명이 필요한 운동이다.

여기에 부평여고 하키부는 현재 7명(최소 인원 11명) 뿐이다.

인천공항고 요트부에는 아예 선수가 없다.

그래서 이 세 학교는 이번에 처음으로 전국체육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석정여고는 단체전 출전에 필요한 최소 인원 4명에 크게 모자라는 1명만 선수로 뛰고 있어 개인전만 겨우 출전했다.

국내 1위 한나래를 배출하는 등 인천 여자 테니스의 명맥을 잇던 전통의 석정여고는 현재 테니스부 존폐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천의 유망주들은 서울 등 다른 도시로 전학을 가거나 아카데미를 선택하는 형편이다.

여기에다 핸드볼 종목에 참가 중인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역시 최소 인원 7명으로 겨우 나서 고군분투 중이다.

정석항공과학고의 핸드볼 선수 수가 7명이 된 적은 1984년 창단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이번 대회 카누 여고부 K4-500m 종목의 경우 전국에서 겨우 3팀만 출전하면서 결국 정식 경기가 아닌, 번외 경기로 치러지는 아픔을 맛봤다.

이같은 위기는 국가 체육 정책이 엘리트 위주에서 생활체육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다 최근 코로나19로 연습과 훈련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선수는 운동을 포기하고, 신입 선수는 뽑기가 힘들어진 현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실제 대한체육회와 각 시·도 교육청은 2018년부터 이미 ‘어린 학생들이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오롯이 대회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홈페이지나 대회 현장 상황실에서 순위를 매기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아울러 이런 취지에 맞춰 대한체육회는 2018년부터 기존 학교운동부 중심으로 이뤄지던 시·도별 소년체전 대표 선발전에 스포츠클럽 선수가 더 많이 참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운영하고 있다.

굳이 학교 운동부에 가입해 엘리트 선수로 뛰지 않아도 얼마든지 취미로 운동을 배우고, 나아가 시합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인천의 경우도 2018년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인천시체육회 스포츠클럽육성팀 인천스포츠클럽이 배출한 선수 10명이 3개 종목(배드민턴, 펜싱, 카누) 대표로 뽑혀 출전한 데 이어 2019년에도 10명의 스포츠클럽 출신 선수들이 3개 종목(배드민턴, 펜싱, 농구)에 걸쳐 인천 대표로 나섰다.

게다가 인천이 속한 수도권의 경우 특히 올해 가장 강력한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되면서 단체 훈련이나 연습을 거의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장 체육인들은 “선수 부족은 축구와 야구 등 아주 특별한 인기 종목을 제외하곤 전국에 걸쳐 거의 모든 종목에 걸쳐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래서 일반 학생을 데리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것도 어려우면 출전을 포기한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선수들이 훈련과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정말 크게 느꼈다. 거기다 시합 자체도 많이 없어 강력한 동기 부여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엘리트 체육이 위기였는데 설상가상으로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현장에서는 위기와 답답함을 훨씬 더 절실하게 느낀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구미=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