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치유하고, 치유받는 사람들...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올 장애인미술대전 '대상' 수상자
이정옥 작가 포함해 총 4명 배출

30년간 선·후천적 장애인들에게
전업작가 진출 가능한 토대 마련
 

“예술에는 장애가 없습니다.”

노련한 붓터치, 세련된 색감, 자신만의 철학까지 더해진 회화 작품이 눈길을 끈다. 여느 중견 화가의 작품인가 싶어 들여다보니 손 대신 입으로, 손가락 대신 발가락으로 그려 낸 작품이라고 했다.

지난 2일 제31회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에서 무려 4명의 수상자를 배출해 낸 '소울음 아트센터'가 가진 강력한 무기는 '실력'과 '재능'이다.

소울음 아트센터는 국내 유일무이의 장애인 미술 교육기관이다. 올해로 30년 가까이 선천적 또는 후천적 장애를 입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미술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 제31회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 대상 수상자인 소울음 아트센터 이정옥 작가.
▲ 제31회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 대상 수상자인 소울음 아트센터 이정옥 작가.

고(故) 최진섭 원장 뜻에 따라 소속 장애인 작가들은 체계적인 미술 교육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재능을 꽃피워 전업 작가로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현재 아트센터는 전국에서 모인 20명 안팎의 장애인 소속 작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주축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를 가진 미술인들을 대표하는 것은 물론 미술계 안팎을 뒤흔들며 비장애인에 견줘 뒤지지 않는 출중한 실력을 검증받았다. 특히 'JW아트어워즈'나 '나혜석미술대전'과 같은 국내 굴지에 미술대회들을 두루 섭렵하며 유명세를 달리하고 있다. 이 중심에는 항상 고 최진섭 원장이 있다고 김옥규 소울음아트센터 대표는 강조했다.

“우리 센터를 설립한 최 원장은 역시 중증 장애를 앓고 계셨죠. 평소 미술에 뜻이 있던 모친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게 됐고 미술이 갖는 힘을 일찍이 깨달았던 최 원장은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미술의 기쁨을 알게 하고자 하셨죠. 원장의 교육 철학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그림 앞에선 아무것도 중요치 않다는 점을 항상 강조해 오셨습니다. 덕분에 센터 작가들의 실력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성장했죠.”

이번 장애인 미술대전에 대상 수상자인 이정옥 작가 역시 2011년 소울음 아트센터와 연을 맺고 활동해 오고 있다. 그는 친근하고 토속적인 정물이나 풍경을 주로 화폭에 담아냈다.

“제가 수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든든한 소울음 아트센터 식구들이 힘을 모아줬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저보다 출중한 실력의 작가분들이 많아 수상하리라 전혀 생각지 못했지만 이렇게 상을 받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작가는 1살 때 소아마비를 앓게 되면서 장애를 입게 됐다. 그는 10년 전 처음 붓을 쥐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그림이 전부라고 말 할 만큼 남다른 열정을 드러내고 있다.

“처음 소울음 아트센터와 연을 맺게 된 데는 나보다 더 힘든 장애인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이들에게 내 작은 힘이 보탬이 돼주길 바라면서 아트센터의 문을 두드리게 됐습니다. 최 원장은 항상 이런 말을 해 오셨어요. 10을 받으면 10 이상을 돌려줘야 한다고요.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나보다 더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또 그림이 갖는 힘을 믿으셨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마음의 상처로 용기를 내지 못하는 장애인분들에게 어서 센터 문을 두들기시라 전하고 싶네요.”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