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가능성을 없애가는…행복은 '뺄셈'
▲ 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은행나무, 524쪽, 1만5800원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뿐일 텐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113쪽)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흥행한 정유정 작가가 신작 <완전한 행복>을 냈다.

압도적인 서사와 숨 막히는 문장, 치밀하고 정교한 묘사는 이번에도 정유정 작가만의 서술 방식을 여실히 보여줬다.

<완전한 행복>은 버려진 시골집에서 늪에 사는 오리들을 먹이기 위해 오리 먹이를 만드는 여자와 그녀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다.

전작들에서 성악설을 뒷받침할 만한 인물의 악에 대해 파헤치며 악의 본질을 탐구했던 정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악인의 내면이 아니라 그가 타인에게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에 초점을 맞춘다.

자기애의 늪에 빠진 연민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 발현되는 일상의 악, 행복한 순간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나가는 방식의 노력이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지를 보여준다.

끝까지 휘몰아치는 격정적 플롯은 소설의 마지막 장까지 허투루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