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박물관에 수기악보 기증' 작곡가 최영섭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나누고 싶어 결심”

“시력과 청력이 갈수록 나빠져요. 그런데 음악 소리는 개미 소리만 한 것도 잘 들린단 말이죠.”

'그리운 금강산' 등 수많은 수작을 쓴 최영섭 작곡가가 인천시립박물관에 수기 악보 1500여권을 기증하기 위해 지난 8일 박물관을 방문했다.

<인천일보 4월27일자 15면 '1962년 作 '그리운 금강산' 수기 악보 … 아직 깨끗이 남아있습니다'·8월30일자 11면 ''그리운 금강산' 인천에 있다'>

현재 93세인 그는 거동이 불편하고 귀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살아생전에 고향인 인천에 작품을 남길 수 있어 기뻐했으며 열정적으로 이번 일을 진행했다.

사단법인 광원아트홀이 보존하던 친필 악보와 오디오 등을 미리 박물관 측에 이관한 최영섭 작곡가는 인천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인천시립박물관의 위치에 대해 기억해 내는 한편 한국 최초의 감리교회, 인천 내리교회에서 1952년부터 메시아 전곡을 지휘한 추억도 풀어 놓았다. 이날도 28년된 양복을 입고 온 그는 오래된 문화유산을 인천의 자산으로 귀중하게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사적으로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널리 나누고 싶어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아직 발표도 하지 못한 200∼300곡도 빛을 보기를 바랍니다.”

인천시립박물관이 주관한 이번 간담회에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과 한유순 광원아트홀 이사장,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 운영위원, 정지연 광원건설 회장, 신희식 사단법인 아침을여는사람들 이사장 등이 참석해 기증의 의미를 나눴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 관장은 “시대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을 소장하게 된 점을 박물관 입장에서 아주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제대로 공유하기 위해 최영섭 기념관 등 모든 과정을 순조롭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