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는 일부 누리꾼들에 의해 '남혐(남자 혐오)'을 부추기는 페미니스트로 낙인찍히면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유 중 하나는 그가 SNS에서 '웅앵웅', '오조오억' 같은 말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처음 듣는 말이라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웅앵웅'은 '웅얼웅얼'과 비슷한 뜻의 신조어로, 자신의 논리가 막혔을 때 아무 말이나 중얼대는 사람을 가리킨다. '오조오억'은 남성 정자가 쓸데없이 5조5억개나 된다며 남성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오조오억'은 그렇다 치더라고 '웅앵웅'이 왜 안산 선수와 연결됐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언어 파괴가 심각하다. 뜻을 함축해 표현했거나, 재치라도 좀 엿보이는 용어라면 그런대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말의 유희를 통해 비하나 혐오를 드러낸다면 사정이 다르다.

무분별하게 외국말에서 파생된 사례도 있다. 요즘 자주 쓰이는 '덕질'은 일본어인 '오타쿠'에서 유래됐는데 오타쿠→오덕후→오덕(덕후)→덕으로 변해왔다. 그리고 '덕'에 비하하는 의미가 강한 우리말인 '질(행위)'이 합쳐져 '덕질'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심취하는 사람들을 '오타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말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2000년대로, 어감이 좋지 않은 신조어치고는 변천 과정이 복잡하다.

특히 줄인 말이 인터넷 신조어의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버정'(버스정류장),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 등 단순하게 글자수를 줄인 것은 애교 수준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더 나가는 게 문제다. '문찐'은 문화 찐따(장애인, 어수룩한 사람)의 줄임말로 대중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을 일컫는데, 장애인 비하라는 지적이 나왔다.

'갓줌마'는 갓(God, 신)과 줌마(아줌마)가 섞여 성격이 드센 중년 여성을 가리키는데, 이처럼 외국어와 비속어를 합친 말이 적지 않다. “샵쥐(시아버지, 발음이 비슷해 생긴 말)가 두찌(둘째 아이)를 얼집(어린이집)에 데려다준다”라는 대목에 이르면 손을 들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해괴한 단어들은 각종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다. 규제가 약한 유튜브나 인터넷방송은 물론 공중파TV에도 여과없이 노출된다. “바쁜 세상에 뜻만 통하면 되지 문제삼을 필요 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젊은층이 자신들만이 아는 은어를 공유하면서 은연 중 다른 집단_계층에 대해 차별과 배제, 혐오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아울러 걱정되는 것은 수십년 뒤 과연 나이차가 많은 세대 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할까 하는 점이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