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 올 1월 세계기상기구(WMO)는 산업혁명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1.25℃ 올랐다고 발표했다. 6월 이후 지구촌 전체가 최악의 산불, 폭염, 폭우로 기후위기의 도가니에 빠진 듯하다. 7월20일 많은 비가 한번에 내려 재난 현장이 된 중국 허난성 정저우(鄭州)시. 홍수에 대비한 스마트 도시로 유명하다. '스펀지 도시'로 불린 정저우는 빗물 저장, 배출에 최고의 인프라를 자랑했는데 무력화되었다, 기후위기 진행 속도가 예상 범위를 넘은 것이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촌의 기후대응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 시작이 '탄소국경세'다. 7월14일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55%를 줄일 계획으로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여기서 2023년 준비, 2026년에 집행하는 탄소국경세(BCAM)를 구체화했다. 유럽연합 역외에서 수입되는 상품의 온실가스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세를 선보이자 미국도 민주당 의원 주도로 탄소국경세 법안을 제출했다. 중국도 조만간 탄소국경세를 수용할 것이다. 이미 2014년 11월 미국과 중국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서 온실가스 조항을 무역에 포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처럼 탄소국경세는 기후위기 대응을 이유로 유럽과 미국, 중국, 일본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고, 국제 무역의 기준으로 작동할 것이다. 공짜 탄소를 없애는 효과를 가지면서 이 나라들은 이렇게 요구할 것이다. “탄소세를 당신의 나라에서 내거나, 아니면 우리나라에 내라.”

우리나라는 당장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자동차 등 고탄소 산업들이 영향을 받는다. 연간 276만t을 유럽연합에 수출해온 우리나라 철강회사들의 경우, 2026년부터 탄소 가격에 따라 유럽연합에만 매년 2000억~5000억원을 내야 한다. 2024년부터는 미국에도 탄소세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 철강은 경쟁력을 잃고 수출 중단하고, 투자기관들도 지속가능성을 의심해 투자 회수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연 이러한 현실에, 곧 닥쳐올 탄소국경세 문제를 대비하고 있을까? 실제 결론은 대책도 없고, 피할 길만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경련은 7월27일 '우리나라가 유럽연합 탄소세 적용대상에서 면제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서신을 유럽연합에 보냈다. 우리가 유럽연합처럼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전경련의 요구는 설득력이 없기에 거부될 것이다. 유럽의 탄소배출권거래제는 올해 기업의 온실가스 57%에 유상할당을 부과하고, 2026년부터 매년 10%씩 올려 2035년에는 100% 유상할당을 할 계획이다. 이렇게 공짜탄소를 없애는 중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상할당 90%, 유상할당은 겨우 10%인데, 그것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유럽연합 기준에 한참 미달해 그 차이만큼 탄소세를 지불해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머뭇대는 동안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자동차 등 고탄소 산업들은 전환이 아니라, 견디기 힘든 생존 위기에 처할 것이다. 조만간 해당 산업과 이 산업에 종사해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이들에 의존해온 지역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다. 이는 국가와 시장의 위기로 작용한다.

해결의 길은 있을까? 탄소국경세 해결을 기후위기 해법으로 보면 길이 열린다. 첫째, 정부가 추진하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한국판 그린뉴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그리고 로드맵을 국제적 기준으로 대담하고 구체적으로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탄소국경세, 사실 국제적 기준(2030년, 2010년 기준 45% 감축)으로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 문제다.

둘째, 정부는 그 목표를 산업계뿐 아니라 시민들과 공유해야 한다. 특히 목표 달성 실패 시 위기인식 공유는 중요하다. 그래야 기업, 시민과 지역공동체가 탈탄소 전환에 참여할 수 있다. 셋째, 이 목표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은 재탄생해야 한다. 탄소국경세를 해결하면서 우리는 이렇게 기후대응 역량을 함께 키울 수 있다. 정부와 산업계가 긴 잠에서 깨어나길 바랄 뿐이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