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변화하고 있다. 삭막하고 차가운 도시 위로 문화를 입혔더니 어느새 도시는 활기를 되찾는다. 세상을 문화로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이들을 우리는 ‘문화기획자’라 부른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청년 문화기획자들. 4인 4색 티엔아트컴퍼니&예술교육연구소 페스티부스 문화기획자들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천지수 전시기획자./사진제공=티엔아트컴퍼니&예술교육연구소 페스티부스

#청년예술가의 빛나는 무대-천지수 전시기획자

“뛰어난 예술가들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생애 단 한 번의 전시만을 한 청년 이중섭, 지독했던 가난에도 그림에 대한 열정을 지울 수 없었던 청년 반 고흐. 이들의 공통점은 ‘무대’가 없었다는 것이다. 희대의 작가들에게 더 많은 전시, 그야말로 ‘무대’가 주어졌다면 어땠을까?

티엔아트컴퍼니의 수장이자 전시기획자로도 왕성한 활동 중인 천지수 기획자는 청년예술가들의 조력자가 되길 자처한다.

“혼신을 기울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빛나도록 하는 일이 저와 같은 전시기획자들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대다수의 청년예술가가 잠재된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실현하지 못해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올해로 3회째 이어오고 있는 청청전(展)과 청년터전(展)은 작가 발굴 취지를 담아 꾸준한 전시 무대와 기회를 마련해오면서 청년 작가들의 큰 관심이 쏠렸다.

특히 천 기획자는 티엔아트컴퍼니의 전매특허 페스티벌, 세계아티스트페스티벌(이하 WOGAF)이 수원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역아티스트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회 개성있고, 진솔한 청년 작가들을 만나는 소통의 장으로서 다양한 문화 페스티벌과 프로그램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기관의 대표 사업인 WOGAF는 수원 고유의 문화와 특색을 해외에 있는 작가들과 공유해보고, 다른 문화 역시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교류전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올해는 10월 고색뉴지엄에서 진행될 계획입니다. 이어 1월에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개최됩니다. 그런데도 코로나로 많은 부분이 아쉽습니다. 더 많은 나라의 작가들과 예술로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일을 할 때 비로소 삶의 기쁨을 느낀다고 말하는 천지수 전시기획자. 그는 열정과 도전에 중독된 사람으로 불리길 희망한다.

“수많은 시련 속에서 단 한 번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 만큼 지금의 일이 즐겁습니다. 작가와 관객, 그리고 기획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 지금의 일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노력하고 고민하겠습니다.”

김영진 문화예술교육기획자./사진제공=티엔아트컴퍼니&예술교육연구소 페스티부스

#우리 아이도 피카소가 될 수 있다!-김영진 문화예술교육기획자

“체계적인 교육이 뒷받침된다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는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들이 커서도 예술가로 남을 수 있게 하느냐다’라는 명언과 함께 아동 미술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또 한 사람, 티엔아트컴퍼니 부대표이자 홍익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 중인 김영진 문화예술교육자 역시 조기 미술 교육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대개 미술 교육에 있어 형식적인 틀이나 정립된 시스템이 자율적인 사고를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과는 달리 영유아기 시기에는 뇌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이뤄지는데, 이 시기에 보다 체계적이고 학문적으로 검증된 창의적 미술 교육이 필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술 교육은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흔히 미술교육, 특히 영유아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과정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무작정 자유롭게 표현하면 길러질 것이라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자율적인 교육은 창의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책임한 자율성에 맡겨 허비하지 않으려면 오히려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지도 교육이 필요합니다.”

김 기획자는 폭넓은 연령대에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전문가다. 4년 전 예술교육연구소 페스티부스와 김 기획자가 합동으로 추진한 ‘우리 아이! 아티스트 업’ 미술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 아이! 아티스트 업’ 프로그램은 ‘V.Lowen- feld. 로웬필드’의 아동 미술 발달 단계를 기초로 세부적 커리큘럼을 담은 아동 미술프로그램이다. 최근 현대 미술교육 트렌드로 마음껏 상상하고 표현하는 방식 등이 자리하면서 김 기획자가 제안한 미술 교육프로그램이 영유아기 자녀를 둔 학부모들로부터 주목받았다.

또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2020년부터 올해까지 ‘청소년문화기획학교 하마’를 운영 기획하면서 청소년들의 진로 확장을 모색하기도 했다.

“누구나 역량과 창의력이 잠재돼 있습니다. 저마다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끌어내는 것이 문화예술교육기획자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교육 현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매년 더욱더 발전된 미술 교육을 보급 확대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곽민경 시민문화기획자./사진제공=티엔아트컴퍼니&예술교육연구소 페스티부스

#소외 없는 문화-곽민경 시민문화기획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소외당하지 않으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모두의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곽민경 시민문화기획자는 누구나 누리는 시민 문화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그는 문화가 특권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현실에서 벗어나 좀 더 많은 시민이 향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금 시민문화기획자의 길로 들어섰다.

“문화란 우리 삶에 양분을 주는 필수요소 같은 거잖아요? 저 역시 경험했고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여러 연령층 중에서도 노인분들은 정보의 접근성이 젊은 세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정작 문화활동을 하고 싶어도 이런 제약들 때문에 못하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런 분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실제 곽 기획자는 수원 고색동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자립 프로젝트 ‘우리동네 ‘산’ ‘책’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연령층의 문화 향유를 이끌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문화진흥원이 주최하는 지역 문화생태계 조성 사업인 ‘우리 동네 ‘산’ ‘책’ 프로젝트는 군공항 소음 피해를 겪고 있는 수원 고색동과 오목천동, 평동 일원에서 지역 문화의 흔적을 찾아 기록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수원시 고색동 일대는 군공항 피해를 비롯한 산업단지 밀집지역이지만 고유한 정신과 오랜 역사 문화가 자리한 재미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4단계 시기에 맞물려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면서 최소 인원으로 구성해 운영하게 됐는데, 그래서인지 참여하시는 지역 어르신들과 더 가깝게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분들께서도 종종 매주 활동하는 날을 기다린다는 말씀을 하시곤 합니다. 저 역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또 어르신들을 만날 날이 기다려집니다.”

김태헌 청년예술가./사진제공=티엔아트컴퍼니&예술교육연구소 페스티부스

#진솔하게, 순수하게-김태헌 청년예술가

“우리만의 진솔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겠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불어닥친 펜데믹, 마스크로 단절된 현대사회에서 청년 예술인들이 온전히 활동하기란 쉽지 않다. 예술가로 사는 삶과 현실의 한계라는 갈림길에서 김태현 작가도 혹독한 시기를 맞이해야 했다. 이때 손을 내민 건 티엔아이 컴퍼니였다.

“지난해 티엔아트컴퍼니 주최의 제2회 청청전(展) 전시에 참여작가로 선정되면서 처음 티엔아트 컴퍼니와 연을 맺게 됐죠. 어려운 신진작가들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지원 프로그램이 됐고 이를 계기로 작품 활동은 물론 다양한 강단에 강연자로 나서게 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 미술교육자로 새롭게 변신한 김 작가는 작가로서 본인이 느꼈던 즐거움과 솔직한 감정들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자 교육프로그램 연구 개발에 힘쓰고 있다.

“작가이기 전에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교육자로서 솔직함은 가장 큰 덕목이자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순수함을 잃지 않는 것, 또 이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문화교육기획자이자 예술가가 나아갈 길이 아닐까요.”

 

※티엔아트컴퍼니&예술교육연구소 페스티부스?

티엔아트컴퍼니는 2018년도에 설립돼 현재까지 전시기획, 전시연계 교육 콘텐츠 제작, 청년작가지원, 국제교류전 등 기획하는 문화기획기관이다. 또 예술교육연구소 페스티부스는 예술공간 페스티부스의 오프라인 시설에서 시작해 2020년도 수원문화재단 생활문화공간 지원사업 ‘하이 호모 페스티부스’ 등의 운영 등 시민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연구, 기획, 제작, 배포하는 일을 맡고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