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머리가 하얘졌는데 선생님 도움으로 적응했죠”


장애인, 어엿한 직업인으로 설 수 있게
부수적 업무 도와 근로 생활 지속 지원
장애학생 부모, 자녀 자립 희망 품기도
▲ 인천 남동구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 교사 김모씨가 바리스타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 남동구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머리가 하얘졌는데 선생님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적응할 수 있었어요.”

발달장애인 김모(26)씨는 올해 1월부터 인천 남동구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발달장애학생의 방과 후 프로그램 전담인력 교사로 일하고 있다. 자신과 같이 성인이 되면 자립생활을 목표로 하는 청소년기 발달장애학생들과 함께 직업탐구활동 및 요리, 놀이체험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김씨는 경북 안동에서 올라왔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취업정보사이트 '워크넷'에서 채용 공고를 보고 센터에 지원해 현재는 근처에서 홀로 자취 생활을 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독립심이 강하고 다른 사람에게 간섭받기 싫어하는 성격이어서 되도록 일찍 자립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혼자 연고도 없는 인천이라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이제는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고 잘했다고 좋아하시죠.”

이처럼 발달장애인으로서 드물게 김씨가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온전히 서기까지는 '근로지원인'인 곽모(61)씨의 도움이 컸다. 근로지원인은 핵심 업무 수행 능력은 보유하고 있으나 부수적인 업무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을 돕는 노동자를 말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2010년부터 근로지원인 지원제도를 통해 중증장애인근로자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근로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공단 인천지사에서는 중증장애인근로자 600여명에게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인천 남동구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 교사로 활동 중인 김모씨가 발달장애학생들과 함께 요리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 남동구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 인천 남동구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 교사로 활동 중인 김모씨가 발달장애학생들과 함께 요리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 남동구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남동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 취업 및 직무지도 업무를 하다 지난해 정년퇴직한 사회복지사 곽씨는 지난 3월부터 김씨의 근로지원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프로그램 계획을 짜는 것부터 시작해서 결과를 보고하는 것까지 같이 옆에서 지도하고 도와줬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잘하셔서 혹시 선생님이 누락하거나 잘못 기록한 게 있는지 정도만 점검하는 보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센터에 따르면 장애학생 부모들은 처음 발달장애인인 김씨를 보고 다소 못 미더워하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그저 기우일 뿐이었다.

곽씨는 “아무래도 비장애인에 비해 업무가 서툴고 미숙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고 시간이 지나면서 김 선생님이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장애학생들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신뢰를 보내주고 있다”라며 “오히려 이제는 김 선생님이 장애학생 부모님들에게 희망이 됐다. 우리 아이도 선생님과 같이 자립해서 사회에 나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 장애인 고용률은 34.9%로 전체 고용률 60.2%에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중 김씨와 같은 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은 23.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일할 능력과 의욕을 지닌 같은 '사람'으로서 근로지원인 지원제도 등을 통해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기회를 확대하고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애인을 단순한 시혜나 무조건적 복지의 대상으로 볼 게 아니라 정부가 적합한 일자리를 발굴해 장애인이 자립하고 근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광민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김 선생님을 통해 장애인도 근로지원인 지원을 받으면 비장애인과 거의 동등하게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고 특히 장애학생들이 더 친밀감을 느끼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비장애인과 같은 조건이면 장애인 채용도 적극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