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갖추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은 공정이다. 국민이 합의한 헌법과 법률의 범위에서 벗어난 판결을 내리면 사회는 동요한다. 판사에게 많은 임금과 권위를 부여한 이유는 공정한 판단을 내려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스포츠 경기도 마찬가지다. 심판은 매우 공정해야 한다. 정해진 규칙에서 벗어난 판단을 내리면 심판에 대한 신뢰는 흔들린다. 심판뿐 아니라 경기의 결과도 불신하게 된다.

만일 판사가 범죄자에게 뇌물을 요구하며 형량 거래를 하면 어떻게 될까? 사법 정의는 무너지고 국민은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 심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프로야구에서는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 프로야구 1군 심판인 최모 씨는 일부 구단의 직원들에게 뇌물을 요구했다. 2017년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KBO는 격랑에 휩싸였다. KBO는 최모 심판을 영구 퇴출했다.

프로야구 1군 심판의 평균 연봉은 6000만~7000만원 선이다. 초임 심판의 연봉은 3000만원 선이고 팀장을 맡는 베테랑들은 1억원대 초반이다. 복리후생으로는 자녀학자금과 건강검진 등이 있다.

출장비는 별도 지급한다. 심판은 연봉제 계약이므로 연장전 등에 대한 추가 수당은 없다. 다만 베테랑 심판들이 주로 출전하는 포스트시즌에는 경기 수당을 지급한다. 프로야구 심판은 전년도의 평가 결과에 따라 매년 계약을 갱신한다. 정년은 만 60세이지만 정년을 다 채우고 은퇴한 심판은 아직 없다.

미국프로야구 심판의 연봉은 8800만~1억6500만원 수준이다. 일본 프로야구 심판의 평균 연봉은 약 1억원이고, 경기당 24만원~35만원의 출전 수당을 따로 받는다. 심판의 연봉을 적지 않게 책정하는 것은 부정한 결탁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효율성 임금 이론'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했다.

효율성 임금 이론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다룬 정보경제학의 연장 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효율성 임금 이론은 도덕적 해이에 관한 '근무 태만' 이론과 역선택에 관한 '역선택 방지 이론'이 있다. 부정방지를 위해서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근무 태만 이론이다. 근무 태만 이론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많으면 그 자체가 자신을 감시하는 '감시비'(monitoring cost)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사장은 직원들을 모두 감시할 수 있지만, 대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의 많은 연봉은 직원들이 자신을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공무원, 공기업, 금융권은 부정 청탁의 유혹이 많은 곳이다. 이런 직장의 많은 연봉은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는 감시 비용으로 작용한다. 공무원의 초봉은 거의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일정 근무연수가 지나면 대기업 직원의 보수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게다가 정년보장, 정시 출퇴근, 공무원 연금 등의 매력 역시 감시 비용의 역할을 한다.

판사든 심판이든 감시 비용이 작동하기 때문에 일부러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다만 부정의 대가가 감시 비용보다 훨씬 크다면 인위적 오판이 가능하다.

프로야구에서는 오심 때문에 경기의 결과가 뒤바뀐 경우도 있다. 오심이 인간의 착각에 의한 실수라면 바로 인정하고 정정하는 것이 옳다. 그러므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스포츠에서 없어져야 할 망언이다. 반면 스포츠에서는 이런 명언도 있다. '아무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심판이 가장 훌륭한 심판이다.'

 

/조용준 경제학 박사·전 KBO 야구발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