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군함도’

3년 전 일본의 '군함도'에 다녀왔다. 먼 곳에서 보면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군함을 닮은 이 섬의 정식이름은 하시마(端島)이다. 수많은 조선인들이 이 섬의 해저 탄광에 강제 동원되었고 고된 노동과 열악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일본은 하시마 탄광을 자랑스러운 근대문화유산이라고 선전했고 결국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 항구서 약 23㎞ 떨어진 섬으로 배로 약 40분 거리다. 배에서 내리자 완장 찬 안내원들이 작은 공터로 관광객을 유도했다.

그곳에서 해설사는 군함도의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열심히 설명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징용 조선인과 관련한 설명은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약 10분 정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지만 정작 보고 싶었던 징용 시설과 현장은 통제 라인 안에 있어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부평의 일본육군조병창은 일제의 대규모 강제동원 시설이었다. 현재 캠프마켓 안에는 조병창 관련 건축물이 남아있다. 대표적인 시설이 병원이다. 시뻘겋게 쇠를 달구고 강판을 찍어내고 자르다가 손가락이 잘리거나 다리가 부러지거나 혹은 화상을 입은 노동자들이 구내 병원으로 실려 왔다. 조병창의 병원은 무기 생산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시설이었다. 조선인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시설이 아니었다. 단지 '인간 기계'를 수리하던 곳이었다. 최근 조병창 병원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이 철거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변의 토양이 다이옥신 등 맹독성 물질에 심하게 오염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외교관 망발, 욱일기 도발, 독도 문제 등 일본은 역사 왜곡과 날조 행위를 종합선물세트식으로 연일 날리고 있다.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들더라도 이 건물을 존치시켰으면 한다. 부수고 나면 바다 건너 멀리서 그들이 미소 지을 것이다. 징용과 수탈의 증거물이 사라지면 다이옥신만큼이나 치명적인 해(害)가 된다. 일본이 군함도를 보여줄 때 우리는 조병창을 보여주자. 그들에게는 무서운 '범'이 될 것이다. 인천에서 범 내려온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