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국가와 인천시는 책임져라.” 지난달 중순쯤 엄중한 코로나 시국에 비까지 오는데 시청 현관 앞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구십을 넘긴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필자로서는 그들의 어려움을 알 수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최근 들어 요양원 주간보호센터 노인복지센터 등의 간판들이 부쩍 늘었다. 이들 요양기관에서 직접 노인들을 수발하는 국가공인자격을 갖춘 전문인력이 요양보호사다. 한국은 2019년 기대수명이 83.3세로 장수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저출산과 준비 안된 고령사회는 축복이 아닌 재앙으로 비춰진다.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 못하는 기간을 뺀 건강수명 연장이 WHO(세계보건기구)의 정책과제다. 우리나라 65세 노인의 기대수명은 20.8년이고 건강수명은 8.3년이다.(통계청 2019년 생명표, 2020.12) 현재 65세 노인은 8년 정도는 건강하게 살고 나머지 12년은 각종 질병으로 누워 지낼 것이란 예상이다. 문제는 그 12년 동안을 누가 수발할 것인가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평균수명이 65세 정도여서 은퇴 후 조만간에 생을 마감했고 병수발은 가족 특히 며느리, 딸들의 몫이었다. 가족해체가 심화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일상화되면서 수발인력 부족과 수발기간의 장기화로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어 가족의 힘만으론 한계를 느끼게 됐다.

노인자살률 OECD국가 중 1위, 노인빈곤률 OECD국가 중 중상위 25%의 낮은 노인 삶 만족도(국민 전체는 39.1%)는 준비 안된 고령사회 재앙의 모습이다. 서둘러 도입한 것이 2008년 7월1일부터 시행된 장기요양보험제도다. 일정한 절차를 거처 인정받은 노인이 비용의 15%에서 20%만 본인부담하면 수발을 받을 수 있다.

2009년 26만명이었던 요양서비스 수급자가 2020년 76만명에 이르고, 요양기관은 2만9970개소로 늘었다. 요양보호사도 56만명이 고용돼 활동 중이다. 이런 양적 성장 이면에는 많은 어두움이 있다

특히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불안전하고 열악한 근무조건과 낮은 사회적 인식은 2025년 초고령 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시급한 개선 과제다. 2019년 장기요양 실태조사(2020.3,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수급자나 가족으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25.2%, 신체적 폭력 위협이 16.1%, 성희롱 성폭력이 9.1%에 달해 안전과 보호망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사회적 인식도 매우 낮다. 직무 범위가 정립되지 않아 이것저것 다하는 국가 파출부라는 자조적인 말도 나온다. 일에 대한 보람은 크나 임금수준이 낮고 경력개발과 승진기회가 없어 불만이다. 정부가 정한 표준시급은 지켜지지 않고 인력배치도 노인수급자 1명당 2.5인 기준을 무시하는 게 현실이다. 요양보호사 68%가 3년 미만의 경력자고 74.4%가 계약직으로 고용상태가 불안하다.

요양보호사 그들이 울고 한숨을 쉬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임금수준을 개선하고 장기근속장려금을 주어 젊고 숙련된 경력자를 확보해야 한다. 신변안전도 보강되어야 하며 독일_일본 등 선진사례를 참고하여 전문 직무교육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권익보호를 위한 지원센터도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 요양보호사 스스로도 노인학대, 시간 때우기, 힘든 일 기피 등의 지적들을 직무교육과 자정노력으로 쇄신하여 사랑받는 전문직업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UN무역개발회의는 한국을 선진국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했다. 경제뿐만 아니라 삶의 질 수준이 높아져야 진정한 선진국이다. 아름다운 노년을 뒷받침할 요양보호사들이야 말로 진정한 선진국 역군이다.

 

/서정규 인천시설공단이사회의장(정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