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조각가 고정수, 10일부터 양평 비아베네또서 '십이지상' 개인전
관객에 촉각적 감상의 자유 제공…“공감과 치유의 메시지 전하고파”

관람객 누구나 작품을 만져보고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양평에서 열린다.

인천 출신의 원로 조각가 고정수의 개인전 '십이지상(十二支像): 누구나 만져도 되는 전시'가 오는 10일부터 내년 1월10일까지 양평군 강화면에 있는 비아베네또 루프탑(5F)에서 선보인다.

'여체 조각의 일인자'로 유명한 고정수 작가는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끊임없이 표현 대상을 넓히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체에서 곰으로 주제로 바꿔 행복한 '곰 가족'들을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의 삶에 정신적인 특성을 비유한 '십이지상'을 공개한다. 십이지상은 열두 동물인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두상을 형상화한 조각품이다.

특히 이 전시는 '누구나 만져도 되는 전시'를 슬로건으로 내걸어 관람객들이 작가의 작품을 마음대로 만져보고 살펴볼 수 있는 감상의 자유를 제공한다.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자신이 만든 조각품들이 교조적 대상으로 추앙받기를 원하지 않고 작품과 관객이 물아일체가 돼 사랑받기를 원하며 고유한 유희본능을 일깨워 주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전시 공간도 남한강이 한눈에 펼쳐지는 비아베네또 루프탑으로, 인공조명을 배제한 자연 그대로의 햇볕이 내리쬐는 시각적 효과로 저절로 만지고 싶은 충동을 불러온다.

1층 카페에서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여체와 곰 시리즈 작품도 전시된다. 하남 중증 장애인 시설인 소망의 집을 돕기 위한 사진공모전도 전시 기간 진행된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십이지상과 교감을 나누며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코로나로 인해 가중된 불신 시대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 작가는 “오늘날 현대인들은 지나친 갈등과 번민의 슬럼프에 빠져 있다”며 “상처받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여유를 제공하고, 우울한 이들에게 십이지상을 통해 산소 같은 상큼한 공감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고정수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호암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국회의사당, 한국방송공사 등 유명한 장소에 소장돼 있으며, 1992년작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는 미술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사진제공=비아베네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