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 제작자]
한국 - 홍콩 합작 '파격 멜로영화'로
몇년 전 홍콩영화사서 찾아 복원 매진
음향은 못 살려…전 감독에 작업 요청

[전계수 감독]
절반 뿐인 대본 바탕 시나리오 작업
현장서 음향 들려주는 공연형태 제작
9·10일 인천 부평아트센터서 더빙쇼

우리나라 최초의 컬러영화 '이국정원', 게다가 홍콩과 한국이 합작으로 제작해 더욱 영화사적 의미가 컸던 이 작품은 떠도는 전설에 불과했다. 한국 측이 갖고 있던 필름 원본이 완벽히 소실됐기 때문이다.

영화인들은 이 작품을 교과서를 통해서 접했을 뿐 실제 어떤 영상과 표현이 담겨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홍콩의 한 영화사 창고에서 이국정원의 필름이 훼손된 채 우연히 발견됐다. 전계수 영화감독은 영상만 남았을 뿐 대사, 음향 등 소리는 망가진 이 영화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시나리오도 다시 쓰고 음향효과를 입혀 '라이브 더빙 쇼(포스터)'라는 신개념의 공연을 만들어냈다.

오는 9~10일 인천 부평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라이브 더빙 쇼 '이국정원'의 전계수 감독과 제작자인 오동진 영화평론가를 인천일보가 만나봤다.

오동진 이국정원 제작자(왼쪽)와 전계수 감독이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오동진 이국정원 제작자(왼쪽)와 전계수 감독이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남은 역사 바탕으로 재창조

1957년에 제작된 이국정원은 한국의 유명 작곡가가 홍콩 미녀 가수가 사랑에 빠지지만 둘이 친남매 일 수 있다는 비극적 운명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로써는 파격이었으며 지금의 막장 요소를 기반으로 실제 홍콩 배우와 한국의 배우가 출연해 제작 당시부터 큰 화제였다.

“처음 필름이 홍콩에서 발견됐을 때 떡처럼 서로 엉겨있었다고 해요. 한국영상자료원이 정교한 복원 절차를 거쳐 영상만은 살려냈지만 사운드는 영영 소생이 불가능했죠.”

한국영상자료원은 음향과 영화 소리 분야에서 유명한 전계수 감독에게 작업을 요청했다. 잃어버린 소리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영화의 절반 정도를 알 수 있는 대본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다시 썼습니다. 그리고 모든 영화 음원을 현장에서 들려드리는 공연 형태로 새로운 이국정원을 제작했죠.”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K 콘텐츠 기대

이국정원의 원래 영상이 소리 없이 재생된다. 거대 화면 앞 무대에 뮤지컬 배우들이 비슷한 의상을 입고 영상 속 배우를 연기한다.

이때 대사는 전계수 감독에 의해 쓰인 것이다.

한 편에서는 박영수 폴리아티스트가 영화 속 모든 효과음을 직접 내고 있다. 전축판을 재생하는 '지지직' 소리는 커피믹스를 손가락으로 문질러 내며 심지어 자동차 운행 소리도 스스로 낸다. 영화음악도 밴드팀이 생음악으로 연주한다.

“뮤지컬? 밴드 공연? 영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형태에요. 각각의 장르를 분해해 고유의 것을 라이브로 보여주는 한편 또 하나의 작품으로 융복합한 독창적인 공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동진 제작자는 공연의 가치와 완성도가 높은 만큼 이 작품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N차 관람객'도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서울과 부산 등에서 공연해 호응을 얻은 이번 공연은 7월9일과 10일 인천 부평아트센터에서 두 차례 진행된다.

인천 부평이 고향인 전계수 감독은 인천 공연에 애정을 보였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시도를 한국이 해낸 것인 만큼 인천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