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7∼8월 코로나 예방접종 시행계획'에는 백신이 화이자와 모더나 일색이다. 고3 및 고교 교직원, 교육_보육 종사자, 8~9월 입영예정자, 60~74세 초과예약자, 30세 미만 사회필수인력은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또 7월26일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50~59세, 60~74세 예약취소 및 접종연기자는 모더나 백신을 맞는다.

계획표에 AZ백신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1차로 AZ백신을 맞았던 사람 중 50세 이상은 2차도 AZ백신을 접종받는다. 국민 접종률이 30%(1차 기준)에 달하는 시점에서 사실상 AZ백신의 퇴장이다. AZ백신은 그동안 참으로 말 많고 탈도 많았다.

불현듯 지인인 약사(56)로부터 들은 말이 떠오른다. “AZ백신을 맞았는데 열이 심해 비슷한 증상을 보인 동료 약사와 함께 당국에 이상반응을 신고했다”면서 “나이 많은 나라도 AZ백신을 맞아야 젊은 사람들이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AZ백신 부작용은 알고 있었지만 희생정신을 발휘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약사의 말이기에 남다르게 다가왔다. 당시만 해도 정부는 AZ백신의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AZ백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AZ백신을 접종받는 장면이 국민들에게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맞은 것은 AZ백신이 아니라 화이자 백신”이라는 가짜뉴스가 나돌았다. AZ백신에 대한 불신은 퍼포먼스 정도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었다.

이는 데이터가 뒷받침한다.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26일 이후 신고된 이상반응은 모두 9만5418건. AZ 7만1463건, 화이자 1만7011건, 얀센 6759건, 모더나 185건이다. (접종물량 차이를 감안해) 이상반응 신고율을 보면 AZ 0.62%, 화이자 0.24%, 얀센 0.59%, 모더나 0.45%다. 정부는 처음에 “이상반응과 백신의 인과성이 분명하지 않다”면서 피해보상을 거부했지만, 의료계 등에서 보상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자 현재 525건에 대해 피해보상이 이뤄졌다.

어찌됐든 백신 주종이 AZ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화이자_모더나로 전환된 것은 다행이다. 마음은 내키지 않지만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집단면역을 꾀하는 정부에 협조하기 위해 AZ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접종 후 약국에서 동난 해열진통제를 구하지 못해 마음을 졸인 이들도 있다.

그 토대 위에서 지금의 화이자_모더나 중심 백신체계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기관장 등이 솔선수범 차원에서 AZ백신을 접종받는, 희한한 광경도 더 이상 펼쳐지지 않을 것이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