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가 창간(1988년 7월15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1면에 새(鳥) 소식을 실었다. 바로 노랑부리백로가 갓 부화한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며 보호하는 사진기사였다. 1987년 8월 옹진군 신도에서 처음 번식을 확인한 후 찍은 국내 최초의 대규모 모습이었다. 노란 부리와 흰색의 몸, 검은 다리 등이 선명한 인상적 사진을 게재한 뒤, 각 언론사에서 사진을 구하려고 본사를 찾았던 기억이 새롭다.

노랑부리백로는 여름철새이다. 주로 백령도와 강화도 등지 서해안 섬에서 번식하는 국제적 보호조류이다. 천연기념물 제361호로 지정·보호한다. 갯벌에서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 등을 즐겨 잡아먹는데, 4~6월에 알 2~4개를 낳는다. 대부분의 노랑부리백로가 한반도에서 번식을 하며 휴식을 취한다. 9월 말이나 10월 초엔 필리핀·홍콩·타이완·태국·베트남 등지로 이동을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3000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알려진 노랑부리백로의 앞날은 어떨까. 대개 우리나라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는 이들은 갯벌 매립과 번식지 침입 등으로 위협을 받는다. 그래서 번식지를 자주 이동하는 등 다양한 위험요인으로 종의 안정적 개체군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례로 천연기념물 번식지로 지정한 신도에선 이제 노랑부리백로를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이웃 섬인 강화 동만도로 옮겨갔다고 한다. 이런 노랑부리백로의 상세한 이동 경로와 특성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확인해 눈길을 끈다. 장거리 이동 철새를 보전하는 데 중요한 생태 정보일 수밖에 없는데,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가 밝혀냈다.

백령도에서 태어난 노랑부리백로는 필리핀에서 2년을 지내다 다시 백령도로 돌아왔다. 2019년 7월17일 백령도를 떠나 서해안을 따라 중국 랴오둥성 좡허시까지 이동했다. 같은해 10월28일까지 머무르다가 다시 서해와 남중국해를 가로질러 날았다. 이후 같은해 11월7일 월동지인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지역에 도착했다. 노랑부리백로는 이 때부터 18개월 간 필리핀에 머무르다가 지난 5월22일 북상을 시작했다. 지난달 9일 서해를 건너 평안남도 온천군에 도착했고, 15일 번식지인 백령도로 돌아왔다. 그 뒤엔 곧바로 둥지를 짓고 번식을 시작해 지난달 25일 4개의 알을 품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동 거리는 백령도에서 필리핀까지 왕복 7280㎞.

노랑부리백로가 태어난 후 어미새로 되기까지 이동 특성과 경로를 파악해 확인하긴 국내외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보전을 위한 중요한 생태 정보를 확보했음에 큰 의미를 갖는다. 인간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라도, 노랑부리백로 같은 철새의 주요 서식지에 대한 철저한 보호와 관리가 절실하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