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사춘기인 손주들이 지난해와 올해에는 코로나19 탓에 밖에 나가지 않고 틈만 나면 스마트폰에 매달린다. 아이들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동네 학원에 보내면서 가까운 학부모들과 자녀 교육을 화제로 이런 저런 걱정을 나누는 일이 늘었다고 한다. 물론 올 들어선 그마나 등교 수업이 확대돼 반갑지만, 여전히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계속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특히 그 동안 학교에서 받지 못한 학습 공백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원격수업의 기본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매스컴 등을 통해 요란하게 부풀려진 온라인 수업이 아이들 학습에 역효과는 없는지 염려가 태산이다. 다만,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개인별로 잘 파악해 보살펴 줄 수 있는 대책이 하루속히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질 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부와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 지도에 적극 개입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결국은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발달 단계에 따른 또래집단 생활분야까지 학부모들이 도맡아야 하는 숙제가 되었다.

학부모들이 답답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를 전후해 자녀의 학습 수준이 어느 선이며 예년에 비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정확히 알고 싶지만 이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도 속시원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차제엔 정확한 학력 진단을 위한 전국 수준의 학력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학부모 요구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배운 내용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학력평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또 이를 위해선 단위학교나 선생님 개개인의 자율에 맡기기 보다는 국가적 차원의 객관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일선 학교의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들여다 보면 수업 준비와 참여에 있어 학부모가 곁에서 학생을 잘 챙겨주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국 아이들의 학력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물론 학력 격차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기에 코로나19 상황만을 탓할 사안은 아니다. 그렇지만 현 상황에서 아이들의 학습 이해 정도와 학습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험과 같은 평가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권과 교원단체는 평가에 대해 '무조건 나쁜 것이며 성적으로 줄 세우는 교육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들은 교육현장의 고민을 제대로 짚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해 한다. 학생들은 평가(시험)를 안 받으니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서울교육정책연구소가 낸 '코로나 이후 원격수업의 그늘' 보고서 분석자료를 보면 학생 성적 등급 분포에서 학교 내 학력 격차 실태는 먼저 중위권 학생이 줄고,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 양극화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조금씩 진행됐으나 코로나19 이후 그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상위권과 하위권의 학력 격차는 더욱 커졌다. 상위권은 거의 영향이 없지만 중하위권에는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2년째 성장을 멈춘 채 '잃어버린 2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학부모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아이들의 학력 격차가 더 커진 올해. 비대면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그리고 올바른 생활지도를 제대로 했는지 선생님들에 대한 평가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력 격차도 줄일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선생님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면서 교원 평가 유예 방침을 발표했다. 많은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이 학생 교육에 대한 책무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 학생과 학부모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깊은 성찰과 실천을 앞장서 실천해주시길 바란다.

/김실 전 인천시교육위원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