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본보에 기고하는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이 '우리 생물 이야기'를 발간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자세히는 몰랐던 다양한 생물 이야기를 담았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많아 일부를 소개한다.

남을 무작정 따라할 때 흔히 '숭어가 뛰니까 망둥어도 뛴다'고 한다. 숭어는 왜 물 위로 뛰어오를까.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공기 호흡을 위해서다. 하지만 명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필자는 '뒤숭숭한 세상을 엿보기 위해서'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첨부했다.

개미들은 6500만년 이상 생존하면서 이종 간에 함께 살아가는 공생이라는 방법을 터득했다. 어찌보면 사람보다 낫다. 곰개미와 사무라이개미는 한집에 살지만 역할이 다르다. 곰개미는 집을 수리하거나 애벌레를 돌본다. 사무라이개미는 다른 개미 집에서 고치나 애벌레를 약탈하는 일을 맡아, 이름값을 한다.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데, 새끼 뻐꾸기는 원래 둥지에 있던 새끼를 밖으로 밀어내고 주인행세를 한다. 홍준표 의원이 자신의 복당을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뻐꾸기론'을 제기한 것을 보면 조류에 상당한 지식이 있는 것 같다.

'개리' 하면 대부분 연예인을 떠올린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그렇다. 검색항목을 한참 내리고 나서야 갯기러기의 준말인 '개리'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전세계에 10만 마리 미만인 멸종위기종으로 한국, 중국, 몽골 등 동아시아에만 서식한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민물가마우지(조류)의 물고기 사냥 능력을 이용한 전통어업이 아직까지 이어진다. 가마우지 목을 줄로 묶어 물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해,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도 배가 고픈 가마우지는 계속 사냥을 하게 된다. 때문에 노동력 착취와 학대라는 주장이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지구상에는 183만4000여종의 생물이 살고 있으며, 한국에는 10만여종이 서식한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에게 기여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뿐 아니라 의약품 소재, 문화적 활용가치 등을 제공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 앤드루 비티는 저서 '자연은 알고 있다'에서 “자연은 거대한 보물창고이고, 지구에 생존하는 생물들은 생물학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생물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멸종되거나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럴수록 사람 또한 살기 힘들어진다. 사람도 결국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 중 하나며, 모든 생물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든 생물을 알 수는 없어도 함께 살아가는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보존하는 것은 인간 스스로의 가치를 지키는 길이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