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출신이 대통령•국회의원 후보 선거캠프의 대변인으로 임명된 경우는 흔하지만 개인의 대변인으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언론사 정치부 기자 출신인 이동훈이 지난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변인으로 전격 발탁된 것은 특이하다.

물론 윤 전 총장이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아직 출마 선언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별다른 직책도 없다. 어찌됐든 이동훈 대변인 선정은 윤석열의 첫 인사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동훈은 10일만인 20일 대변인 직을 돌연 사퇴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윤 전 총장의 '입' 역할을 하던 이동훈은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일신상의 이유'는 지극히 형식적으로 쓰이는 말이기에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윤석열 측은 건강 등에 부담을 느껴 물러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주장하나,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문제를 놓고 이 대변인이 윤석열의 의중과는 다른 메시지를 낸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 대변인은 지난 18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대권도전 선언)와 관련, “이달 27일 언저리”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 입당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래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직후 윤 전 총장은 이 대변인을 통해 “입당 문제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국민들에게 가까운 시일 내 국민의힘 입당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이지만, 이 대변인에게는 이 말이 자신을 향한 질타처럼 들렸을 수도 있다.

이어 윤 전 총장은 언론 전화인터뷰에서 “지금 국민의힘 입당을 거론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선을 긋는 방식으로 직접 수습한 뒤 이 대변인을 경질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이 전 대변인은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과 안 맞는 부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해석하시기 바란다”고 말한 뒤 구체적인 말은 아꼈다.

윤석열은 지난 3월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이후 대선주자인 듯 아닌 듯 모호한 행보를 거듭해왔다. 이동훈 사퇴로 인해 주로 제3자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온 '윤석열식 전언 정치'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를 막론하고 다른 대선주자들은 언론과 직접 만나 자신의 정치 비전을 밝힌다. 그래야 국민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전언 정치' 메신저인 대변인마저 잉크도 마르기 전에 경질했다. 이를 계기로 자신이 직접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신호인지, 아니면 부지불식간 사람쓰는(인선) 스타일을 드러낸 것인지 알 수 없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