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농구연맹(FIBA) 홈페이지 화면 캡처.

최근 국제농구연맹(FIBA) 명예의 전당 선수 부문에 아시아 최초로 헌액된 박신자(80) 여사는 “1950년 한국 전쟁을 겪고 53년부터 67년까지 14년 동안 농구가 너무 좋고 재밌어 미친 듯이 빠졌습니다. 농구는 제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이때, ‘뿌린 만큼 거둬들인다.’ 즉, 연습한 양만큼 딱 그만큼의 승패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인생의 큰 교훈을 농구를 통해 배웠습니다. 지금 인생 80에 기대하지 않은 뜻밖의 영광과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기쁩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단, 마음 한구석에 농구를 가르쳐주신 여러 코치 선생님과 나의 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농구는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팀 스포츠입니다. 개인플레이보다는 팀 포메이션을 강조하는 경기입니다. 그런데 선수 때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과 팬들로부터 혼자만 큰 사랑을 받은 것 같아 항상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오늘 이 영광과 기쁨을 모든 코치 선생님들과 대한민국농구협회, 선·후배 농구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는 한 팀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FIBA에 감사합니다”는 뜻을 전했다.

앞서 FIBA는 올해 3월 선수 9명과 지도자 3명이 2020년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당시 선수로는 박신자 외에 현재 미국프로농구(NBA) 브루클린 네츠 사령탑인 스티브 내시(47·캐나다), 일본의 사코 겐이치(51)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어 FIBA는 지난 6월 2일 세리머니를 녹화한 뒤 18일 스피치 영상을 공개했다.

FIBA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이 헌액된 것은 2007년 공로자 부문에 뽑힌 고 윤덕주 대한농구협회 명예회장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또 FIBA 명예의 전당 선수 부문에 아시아 국적자가 헌액된 건 박신자와 일본의 사코 겐이치 등 둘이 처음이다.

그는 서울 출생으로 숙명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과 스프링필드 대학원에서 체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숙명여고 2학년 때 농구를 시작해 1967년 여자농구 세계선수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우리나라를 준우승으로 이끌고 은퇴할 때까지 아시아 최고의 센터로 활약했다.

1963년 제4회 페루선수권대회에서 동양선수로는 유일하게 '베스트 5'에 뽑혔다.

이어 1982년 신용보증기금 창단 감독을 맡으면서 한국 스포츠 사상 첫 여성사령탑 기록을 세웠다.

1983년에는 여성으로서는 처음 여자 청소년 대표팀 감독으로 발탁된바 있다.

이를 인정받아 박 여사는 1999년 미국 여자농구 명예의 전당 선수 부문에 역시 아시아 최초로 헌액됐다.

2015년에는 대한체육회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되면서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역대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타이틀은 ▲2011년 고 손기정(육상), 고 김성집(역도) ▲2013년 고 서윤복(육상) ▲2014년 고 민관식(스포츠행정), 장창선(레슬링) ▲2015년 양정모(레슬링), 박신자(농구), 고 김운용(스포츠행정) ▲2016년 김연아(피겨스케이팅) ▲2017년 차범근(축구) ▲2018년 고 김일(프로레슬링), 김진호(양궁) ▲2019년 엄홍길(산악인) ▲2020년 고 조오련(수영) 등 14명이 가지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역시 2015년부터 박 여사의 이름을 딴 박신자컵을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