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예술, 글로벌 믹스매치 작전 시작됐다


▲영감 가득한 도시
인천 연고 없지만 심사위원 등으로 자주 방문
주로 변방 위치하는 예술가 레지던스 반해
역사·자취 품은 도심에 있는 건 신선한 자극


▲역대급 스펙 자랑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등
20년 이상 세계 각국 전시 맡으며 실력 쌓아
그동안의 네트워크·경륜 백분 활용해
예술·인문 넘나드는 프로그램 선보일 것


▲지원 없인 머나먼 꿈
관장에서 예술감독 체제로의 전환 목적은
기획력 바탕 주목도 넓히기 위한 것임에도
지금은 전시장 조명조차 제대로 마련 안돼
현장성 강화된 만큼 투자·시설정비 급선무

인천문화재단은 인천아트플랫폼의 관장 제도를 예술감독 체제로 바꿨다. 기관 운영 측면보다는 예술·창작의 내용적 부분에 방점을 찍겠다는 뜻이다. 그 첫 예술감독 자리에 김현진 큐레이터 겸 비평가가 앉았다. 올해 2월 선임된 김 예술감독은 국제와 국내에서 실험 예술·창작의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경험과 능력이 인천아트플랫폼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해 얘기 들어봤다.

 

▲문화와 역사적 자극이 풍요로운 곳

김현진 신임 예술감독은 인천과 연고는 없다. 그러나 심사위원과 레지던시 작가 방문으로 자주 찾던 인천아트플랫폼이었다. “이제 감독직을 맡은 지 넉 달이 되었네요. 이전부터 인천아트플랫폼을 눈여겨봤었죠. 다른 예술가 레지던시들이 그곳의 변방에 있는 데 반해 인천은 구도심의 핵심에 있더군요.”

그는 업무를 파악하며 인천아트플랫폼과 이곳을 둘러싼 환경에 개인적인 영감을 풍부히 받았다고 했다. “오랜 역사와 자취가 살아있는 인천아트플랫폼은 이 자체로 작가들에게 예술적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탄탄한 기획력과 오랜 연구 결과가 자양분

김 예술감독은 20년 이상 유럽, 미국, 아시아 등의 국제 현장에서 남다른 비전을 가진 리더들과 일했고 지역 미술관이 지역을 넘어 국제적 관심의 대상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격하는 한편 직접 참여했다. 유럽 근현대 미술관부터 오쿠이 엔위저·찰스 에셔 같은 거물이 이끄는 비엔날레에서 역대급 규모의 작업을 경험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역시 사립·공립 미술관,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등을 맡아 큰 관심을 얻은 국제 기획전시들을 추진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이미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으면서도 예술적 사고와 내용으로 진일보한 시각예술 영역이고 이보다 더 확장될 수 있습니다. 저의 네트워크와 경륜을 백분 활용하려 합니다. 국내외 큐레이터, 예술가들, 연구자들과 예술적, 철학적, 인문학적 진보성에 기반을 둔 교류와 공유를 거칠 예정입니다.”

그는 이런 방식을 통해 인천아트플랫폼이 인천을 넘어서는 위상으로 성장하고 인천이 보다 풍요로운 시각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아트플랫폼의 드높아진 예술적 위치가 오래 회자될 수 있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이지요.”

▲근대역사와 물류·교류·출입국의 예술화가 첫 임무

김 예술감독은 인천은 개항의 역사뿐 아니라 공항과 항만으로 집약되는 소통의 이미지를 지닌 도시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국제성'이 강조된다는 것이다. “세계 안에서 생각하는 더 큰 시야와 오늘날 복잡한 세상을 통찰하는 양질의 다면적인 세계관을 담는 것이 예술의 국제화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은 단시간에 무엇을 입증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오늘날의 시각성·지성과 관계하면서 나아가 우리의 미래 세대들을 염두에 두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인문, 사회, 철학을 넘나들며 복합성을 제시할 수 있는 전시와 퍼포먼스, 공연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난달 시작된 인천아트플랫폼 기획전 '간척지, 뉴락, 들개와 새, 정원의 소리로부터'는 이런 그의 계획과 맞닿아 있다. 도시 인천의 생태를 살피면서 수집된 단어들에 전 세계 보편적 화두인 환경과 동물권 등 생태적 사고가 녹아있는 전시다. 김화용, 장한나 인천 연고 작가 2명과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참여 작가들, 찰스 림 이 용(싱가포르), 리우 창(중국), 타니아 칸디아니(멕시코), 주마나 마나(팔레스타인) 등이 참여했다.

올해 마지막 전시로 김 감독은 중국의 타임즈 미술관, 카디스트 등 국제적으로 최근 주목받아온 기관들과 협력해 제작한 주제 기획전을 준비하고도 있다. “지난해 광저우 타임즈 미술관에서 전시돼 중국 여러 미술매체에서 2020년 10대 전시로 뽑히고 호평받은 전시죠. 인천아트플랫폼에서 더욱 확장된 버전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근대성과 전통의 관계, 전통을 통해 제국주의, 식민, 냉전 등의 근대화 문제를 살피는 논쟁의 공간으로 다루는 시각예술 미디어 전시가 될 예정입니다. 전통이라는 영역이 떠오르게 하는 이미지와는 대비되는 가상현실(VR) 작업부터 비디오 다채널 설치 등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아시아의 혼성 적이고 이종적인 문화 연결과 그 공명을 보실 수 있어요.”

▲문화예술 창작에 대한 관심과 지원 절실

김현진 감독 역시 광역시 수준에서 시립미술관이 하나 없고 지역 예술가들이 전시할 공간이 부족하거나 공연장에 비교했을 때 시각예술 전시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간파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이 다채롭고 고품질의 기획으로 채울 예정인만큼 여기에 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수반되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관장에서 예술감독제로 전환한 배경에는 더욱 기획력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하면서 시각예술기관으로 영향력이나 국내에서 기관의 역량과 주목도를 넓혀나가자는데 있다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다만 21명이 참여하는 대형 레지던시인 인천아트플랫폼의 예산 중 대부분이 이 레지던시 운영비로 소요되고 있습니다. 전시에 투자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단적인 사례로 전시장의 조명조차 예술작품 전문이 아닌 일반 조명을 사용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인천에서 유일한 시각기관에 예술감독 체제를 통해 본격적인 현장 전문가를 영입한 만큼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시설을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김현진 예술감독은…

김현진은 큐레이터이자 비평가이며, 58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KADIST의 아시아 지역 수석큐레이터(2018-2020) 등을 역임했다. 아르코미술관 관장·전시감독(2014년 1월-2015년 6월) 및 2008년 제7회 광주비엔날레 '연례보고'의 공동 큐레이터, 일민미술관의 학예실장, 네델란드의 반아베미술관의 리서치 큐레이터, 아트선재센터 학예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주요 전시로는 'Frequencies of Tradition'(광저우 타임즈 미술관, 2020),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2019), '2 or 3 Tigers'(세계문화의 집, 베를린, 2017), 'Gridded Currents'(국제갤러리, 서울, 2017), '니나카넬-Satin Ion', '남화연-시간의 기술'(아르코미술관, 서울, 2015), 'Tradition (Un)Realized'(아르코미술관, 서울, 2014), '탁월한 협업자들'(일민미술관, 서울, 2013), '시선의 반격'(L'appartement22, Rabat, 2010), '우발적 공동체'(계원 갤러리27, 의왕시, 2007), '십 년만 부탁합니다-이주요 위탁 프로젝트'(계원 갤러리27, 의왕시, 2007), '사동 30-양혜규' (인천 사동 폐가, 2007), 'Plug-In#3-밝힐 수 없는 군중들'(반아베 미술관, Eindhoven, 2006) 등이 있다.

2009년 이후로, 김성환 작가의 'In the Room 3'(Performa, 뉴욕, 2009), 정은영 작가의 'Off-Stage /Masterclass' (문화역 서울 284, 페스티벌 봄, 서울, 2012-2013), 이주요 작가의 '십 년 Ten Years' (문래예술공장, 남산 아트센터, 서울, 2016-2017) 등 동시대 미술 작가들의 퍼포먼스 작품을 기획, 제작했다.

저서로 <정서영-큰 것, 작은 것, 넓적한 것의 속도>(현실문화, 서울, 2012), <가오시창- The Other There>(Timezone8, 베이징, 2009), <돌로레스 지니와 후안 마이다간>(Sala Rekade, 빌바오, 2007) 등이 있다.

이 밖에 베를린 세계문화의 집 프로그램 국제자문위원(2014-2016)과 베를린 'DAAD Artist Residency'(2017-2018)의 추천·심사위원을 지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