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의 이단아, 파격의 아이콘, 괴짜 국악인 등 원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을 수식하는 말들은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도 '국악의 연금술사'라는 말을 제일로 꼽고 싶다. 그만큼 그는 음악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특별한 재능을 지녔다.

얼핏 쉬운 얘기로 들리겠지만, 우리 음악인 '국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범 내려온다' 이날치 밴드가 일으킨 '국악 신드롬'에서 요인을 동서양의 조화, 즉 퓨전, 콜라보레이션으로 분석하는데 원일 감독은 이런 트렌드가 자리할 것이란 사실을 일찍이 깨닫고 있었다. 또 대중들로부터 외면받던 국악에 새로운 변화들을 시도했다. 이번 2021 DMZ 콘서트에서 적임자로 원일 감독이 지목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다시, 평화'라는 주제에 걸맞게 누구보다 '조화'를 잘 끌어내는 인물이 원 감독이기 때문일 터. 원 감독은 어쩌면 국악인의 원대한 꿈을 그릴 때부터 지금의 'DMZ 콘서트'를 꿈꿔왔을지 모르겠다.

원 감독은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니지만, 가슴 한편엔 뭉클함이 자리해 있다”며 “스승이자 존경하는 고(故) 황병기 선생님께서 범민족 통일 음악회를 통해 쏘아 올린 평화의 신호탄을 본보기 삼아 제2의 범민족 통일 음악회를 열 기회가 내게도 주어진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항상 품어왔다. 이번 콘서트를 연출할 수 있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22일 그의 오랜 염원이 이뤄졌다. 앞서 원 감독은 2021 DMZ 콘서트의 총감독을 맡게 돼 화제가 됐다.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개막한 콘서트는 큰 호응에 힘입어 성황리에 마쳤다. 특히 원 감독이 야심 차게 선보인 'DMZ Peace Orchestra(디엠지 피스 오케스트라)'는 명품 연주 무대로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원 감독은 “디엠지 피스 오케스트라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결합해 만든 연주단이다. 전통악기와 서양악기의 혼재된 구성으로 창의적이고 글로벌한 스케일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 만든 연주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시도들이 최근에는 세계적인 흐름이 됐고 우리 소리, 우리 예술가들이 음악으로 선도하고 리드하고 선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음악이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하길 기대하는 바람도 전했다. 원일 감독은 “남북 공통의 애국가라 하는 아리랑을 부르며 우리의 바람을 남과 북에 전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에도 평화를 염원하는 바람이 음악과 예술을 통해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