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배달로 대신하다 음식물 부패·외로움 우려 재개
칸막이 등 방역 만전…“끼니 해결할 수 있어 행복” 인사
인천연탄은행 “앞으로도 지역 어르신 돌보기 노력할 것”
▲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았던 무료급식소가 운영을 재개한 가운데 20일 인천 동구 한 무료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오랜만에 사람 구경하면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네요.”

20일 오전 11시30분 인천 동구 동인천역 인근 무료급식소.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자리마다 투명 칸막이가 설치돼 있었다. 칸막이에는 식사가 끝나면 바로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보라색 우비를 입고 급식소를 찾은 제모(81)씨는 “다리가 안 좋아서 1시간을 걸어 이곳을 왔다”며 “이곳에 오면 한 끼 식사가 해결되니깐 좋다.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그저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인천연탄은행·밥상공동체'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지난해부터 문을 닫았다가 최근 운영을 재개했다.

이 급식소는 저소득층 어르신들에게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에 네 번 무료로 점심을 제공해왔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급식소 문을 닫고 개별적으로 도시락을 배달해야 했다.

그러나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도시락을 아껴두다가 상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 데다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우려해 급식소 문을 다시 열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별도의 예산을 들여 투명 칸막이와 체온계 등을 설치했다. 의자 수도 줄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있다.

강모(89)씨는 “다른 곳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이곳은 칸막이를 해두니 밥을 먹을 때 안심이 된다”며 “아침을 거르고 처음 먹는 끼니인데 배가 고플 때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인천연탄은행은 앞으로도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급식소 운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세에 따라 도시락 배달을 고려하고 있다.

정성훈 인천연탄은행 대표는 “한 끼라도 따뜻한 밥을 대접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급식소 운영을 재개하게 됐다”며 “무료급식소는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곳이 아니라 홀로 있는 어르신들을 돌보는 기능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 어르신들을 돌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