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숙 시흥시장애인복지관 기사]

유치원 퇴직 후 전용버스 운전 시작
처음엔 소통 힘들어 그만둘 생각도
이용자 신뢰얻은 지금은 “보람느껴”

“공무원 현장고충 청취 부족 아쉬움”
“교통약자 맞춤형 차량 도입 필요”

“시흥시가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과 어르신의 교통 편의를 위해 시행하는 교통약자를 위한 '장애인 전용버스' 운행 정책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개념의 실천 차원에서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합니다.”

복지법인 룸비니가 위수탁을 통해 운영하는 시흥시장애인복지관 소속으로 지난 2011년 4월13일 입사한지 만 10년차 장애인 전용 버스를 운전하는 황영숙(59·사진)씨의 장애인 전용버스 정책에 대한 생각이다.

제21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후 4시30분 본지는 이날 하루 장애인전용 버스 운행을 마친 황영숙씨를 만났다.

대형 버스 운전이라는 직업을 갖기 전에 유치원 교사로 또 원장님으로 '선생님' 소리 듣던 황씨는 지금은 적잖은 사람에게 '버스 기사'라고 불리지만 행복하단다.

“저도 처음 이 일을 할 때 비장애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10년 세월동안 동고동락을 하다 보니 이제는 한 가족이고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똑같은 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금은 장애인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얻고 있어 항상 감사함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흥시가 1년에 7000만원의 시 예산을 들여 운행하는 장애인전용버스 노선은 '정왕복지관-정왕역-시청-능곡동 노인복지관-능곡초교앞'을 매일(주말 제외)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씩 왕복하며 병원을 가는 사람, 복지관 프로그램 참여자, 시장 보는 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다.

장애인 전용 버스는 코로나19 이전까지는 한 달 이용객이 많게는 1000명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았지만, 지금은 코로나 감염병 영향으로 월 200명대로 대폭 감소했다고.

황영숙씨는 장애인 버스 운전이 생계 수단은 아니고 사람이 좋아서 또 대형버스 운전이 재미있어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귀뜸한다.

현재 황씨의 남편은 인천에서 건축사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남매는 잘 성장해 직장을 다니는 어엿한 사회인이란다.

“유치원 교사를 그만두고 쉬는 동안 여성회관(수영장 등)을 다니면서 우연한 기회에 취업 신청서를 작성했는데 덜컥 취업이 됐다“고 전하는 황씨는 “운전 초기에는 장애인들의 불신과 소통 부족 등으로 많이 힘들어 그만둘까도 여러번 생각했는데 그때마다 당시 관장님이 1년은 해야되지 않느냐는 설득 아닌 설득을 당해(?)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씨는 “이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보다는 보람을 느끼고 있고 사회의 인식도 많이 변하면서 어깨가 으쓱해지고 더욱이 10년 무사고 운행, 운전에 대해 나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황씨는 늘 미소를 잃지 않는 명랑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복지관 관계자가 전했지만 시 행정 얘기에서 황씨는 시에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시 공직자들도 물론, 노력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담당 공무원들은 한 번도 현장의 소리를 들을려고 하거나 현장을 살피거나 하는 일은 없다”며 “내가 보기에 탁상행정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씨는 “현재 운행중인 버스는 비장애인이 타는 것이 아니라 다소 건강하지 못한 장애인들이나 노약자들이 탑승하는만큼 그 특성을 고려한 시설을 갖춘 차량이 하루빨리 도입, 운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한 예로 좌석이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다소 불편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년이 1년여 남았다는 황씨는 “남은 기간 장애인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 아니 우리 가족들과 즐겁고 신나게 지낼 생각”이라며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진심으로 동행하는 한 시민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시흥=김신섭 기자 ss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