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강동구의 한 아파트가 택배차량 지상출입금지를 선언하자 택배노조는 집 앞 배송을 거부했다. /연합뉴스

택배 대란 어떻게 시작된걸까?

서울시 강동구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회)는 지난 1일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택배 차량이 입주민들을 위협하기 때문에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A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높이다. 지하주차장은 높이가 2.3m로, 화물칸 천장 높이가 낮은 ‘저상 택배차’만 드나들 수 있다. 저상 택배차는 택배원들의 무릎과 팔꿈치 등에 부담을 주고 화물적재량도 적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8일 아파트 정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단지 앞까지만 물품을 배송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자, 택배노조는 14일부터 집 앞 배송을 거부했다. 이런 택배 논란은 2018년 법 개정 이전에 건설된 아파트들에서는 계속되고 있다.

▲ 'OK실버택배' 택배원들이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미추홀구청 노인인력개발센터

5년 전 인천에서도 택배 대란은 있었다.

한편, 인천의 아파트에서는 이런 택배 논란을 5년 전부터 현명하게 해결했다. 입주민과 택배사, 그리고 미추홀구청 노인인력개발센터(이하 센터)가 함께 운영하기 시작한 ‘OK실버택배’가 해결책이었다. 지난 2016년 8월 입주를 시작한 SK스카이뷰 아파트는 강동구의 A 아파트와 똑같은 갈등을 겪었다. 약 1달간의 택배 전쟁 끝에 입주민과 택배사는 센터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냈다.

‘OK실버택배’는 택배원들이 지정된 장소에 물품을 내리면 27명의 어르신이 배송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각각 동마다 1명의 어르신이 책임지기 때문에 분실‧오배송 등의 염려도 적다. 이들의 급여는 택배사에서 100% 지급하고 있다. 택배사에 고용된 택배원인 셈이다. 아울러 미추홀구청도 노인 일자리 시장형 보조금을 책정된 대로 지급한다. 배송 시간을 줄이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출범한 지 5년이 지나면서 ‘OK실버택배’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택배 보관 거점에는 냉장‧냉동 물품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도 있다. 안전하게 택배를 맡길 수 있는 택배보관소도 운영 중이다.

▲ 미추홀구청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참여자를 모집 중인 현수막 /김성열 인턴기자 kary0330@incheonilbo.com

새로운 시도에서 더 좋은 결과가 되기까지

5개 택배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해서 센터는 중간에 결원이 생기면 현수막을 거는 등 공개적으로 지역주민을 모집해서 충원했다. 또 어르신들에게 핸드폰을 지원해서 원활한 택배 배송을 도왔다. 입주민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센터에서 조사한 택배원 만족도 조사에서도 매우 높은 만족도가 결과로 나왔다.

5년 전부터 ‘OK실버택배’에서 일하고 있는 B(67)씨는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일자리도 있어서 좋고, 단지에서도 고마워한다”며 “앞으로도 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할 것이다”고 전했다.

또 서울의 택배 논란에 “서로 양보하면 분명히 모두가 원하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 근무 중인 'OK실버택배' 택배원 /미추홀구청 노인인력개발센터

아직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전국에서 택배차량의 지하주차장 출입이 불가능한 '공원형 아파트'는 419곳(2019년 기준)이다. SK스카이뷰 아파트처럼 대안을 찾아내거나, 자체적으로 카트를 제공해 배송하는 아파트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 저상차량을 이용하거나 택배원이 직접 걸어서 배송한다. 

‘OK실버택배’의 성공에는 양보가 숨어있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한 결과는 더 좋은 시너지를 냈다. 날카로운 대립보다는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