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장 개인정보 유출될 걱정
상자 폐기시 흔적 지우기 관심
남자 이름 바꿔서 주문하기도
“생활 속 두려움 피로감” 호소
의심시 전문기관 도움 받아야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 미추홀구 한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는 대학생 임모(22·여)씨는 최근 택배 상자를 버릴 때마다 운송장 스티커에 쓰인 개인정보를 매직으로 까맣게 칠한다. 물건을 시킬 때 남자 이름으로 바꿔서 시키는 경우도 있다. 임씨는 “운송장에 기재된 개인정보를 보고 나쁜 짓을 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어 꼭 개인정보를 지우고 택배 상자를 버린다”고 털어놨다.

최근 택배 관련 스토킹 범죄가 일어나면서 인천지역 여성들이 택배 공포증을 토로하고 있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택배 운송장의 개인정보 지우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20대 남성이 한 여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진 사진 속 택배 운송장에 적힌 집 주소를 보고 스토킹하다가 택배 기사로 위장하고 집 안에 침입해 여성과 그의 가족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른바 김태현 스토킹·살인 사건으로 불린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천지역 여성들은 택배 운송장을 통해 혹여나 개인정보가 유출될까 걱정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최근 3년간 인천지역 스토킹 범죄 처벌 건수는 평균 30여건에 달한다. 지난 2018년 34건, 2019년 33건, 2020년 34건의 스토킹 범죄 처벌이 이뤄졌다.

대학생 이모(21·여)씨도 “최근 서울에서 일어난 스토킹 사건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며 “택배 운송장에 적힌 개인정보를 지우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인터넷에 찾아보니깐 다양한 것들이 있어서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김모(28·여)씨는 “집 근처에 무인택배함이 있어 가끔 사용하는데 매번 사용하기가 힘들다”며 “배달 음식은 직접 받아야 하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배달 음식을 먹을 때마다 불안감을 갖게 됐다. 나쁜 사람만 있는 게 아닌데 의심을 하고 매번 물건을 받게 되니 피로감이 느껴진다”고 씁쓸해했다.

인천여성의전화는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면 반드시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서 법적·의료적·심리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여성 긴급전화인 1366으로 신고한 후 상담을 통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혹여 스토킹 피해가 있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상담소를 찾아 보호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밖에 경찰청이 운영하는 112앱, 스마트국민제보 앱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이아진 기자·박서희 인턴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