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이상기후로 전국에 물난리가 났다. 수천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섬 지역인 인천 옹진군은 그나마 배수가 원활하여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피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백령도의 경우 비가 내린지 두시간 만에 하천이 모두 범람하는 통에 교통이 마비되고 산사태까지 일어나는 위태로운 상황을 겪어야 했다. 몇십 년 만에 이 같은 자연재해를 겪게 된 백령도 주민들은 모두가 깜짝 놀라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런데 지난 겨울에는 또 다시 얼마 전엔 10여 일 동안 이어진 폭설 때문에 교통이 마비되었고 군부대 배급로마저 위협받는 일이 있었다. 폭우나 폭설 같은 일련의 자연현상은 위성의 발달로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으며 충분히 예방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령도의 경우에는 제설차량의 고장과 염화칼슘의 부족으로 주민들이 고충을 겪어야 했다. 제설차량의 상태를 미리 점검하고 염화칼슘을 충분히 비축했다면 불편을 크게 덜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서해5도 섬들이 대동소이하게 처한 현실이다.

군의회 의원인 필자는 이미 여러 차례 군청 집행부 관계부서에 철저한 대비를 주문한 바 있었다. 이 같은 재난대비와 관련해 옹진군 집행부에 올해 여름 집중호우에 대비한 백령 소하천 준설작업을 서두를 것을 요청했던 것이다. 그러나 예산 편성은커녕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공익을 위한 제의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겨울을 앞두고는 폭설에 대비하고, 여름을 앞둔 시점에는 홍수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 본연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쓰나미, 지진, 화산, 갑작스런 안개 등은 예상하고 대비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대설주의보, 호우예보, 태풍예보 등은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므로 지방자치단체는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옹진군의 소하천은 배수가 잘 될 수 있도록 준설분야에 예산을 적절하게 편성해 집행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군민의 소중한 재산과 생명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으며 군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다.

서해5도 주민들은 그렇잖아도 충분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데다 아파도 병원에 제대로 가기 어려운 보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설상가상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위치해 있어 안보 위협까지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필자의 수 차례에 걸친 정책 건의와 현장방문 조사를 토대로 대책 마련이 이뤄졌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구 훼손과 같은 어려움도 겪고 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미리 준비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기후재난 대비책마저 세우지 않는다면 이것은 마인드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소탐대실. 작은 것 아까워하다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속담도 있다. 약간의 예산을 아끼려다 자칫 큰 재난을 입는다면 누군가는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홍남곤 인천 옹진군의회 의원